토지보상금 미수령 땐 소유권 대구시로 넘어가
'안심연료단지'를 미래 주거지로 바꾸는 '안심뉴타운' 사업이 철거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보상 협상 장기화 우려로 차질이 예상된다. "이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사업 부지 내 남은 업체들과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대구시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타협점도 보이지 않아 법적 공방 등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체부지 마련해달라 VS 이달 말 철거 강행
안심연료단지 개발은 1999년 시가화조성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추진됐다. 2001년 지구단위계획(변경) 결정에 따라 지주개발 방식이 도입됐지만 지가 상승과 사업 추진 주체 부재 등의 이유로 사업은 10여 년간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인근 주민들의 건강검진에서 진폐증(22명)과 만성폐쇄성 질환(145명) 진단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안심연료단지 이전 또는 폐쇄 요구가 거세졌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안심연료단지 이전'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존 개발계획을 변경, 2015년 12월 안심연료단지를 도시개발법에 따라 공영개발하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 계획도 수립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대구도시공사를 안심뉴타운 개발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이후 토지와 시설에 대한 보상 절차가 진행됐다. 대구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보상률은 81%에 그친다. 나머지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업체 3곳과의 보상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어서다. 연탄업체들은 "대체부지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이전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스콘업체는 당초 인근 안심공업단지 내 회사 소유 부지로 이전하려 했지만 동구청이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불허해 지난달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이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손을 쓰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당분간 해결점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안심뉴타운 개발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없게 됐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철거업체를 선정했다. 업체들과의 협상과 별개로 이미 확보한 토지의 지장물을 이달 말부터 정상적으로 철거할 예정이고 내년 3월 공사를 착공할 것"이라며 "3곳 업체가 토지보상금을 이달 말까지 찾아가지 않는다면 토지'건물 소유권이 대구시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소유권을 확보한 뒤에도 업체들이 이전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연탄업체 중 한 곳인 한성연탄의 남창수 대표는 "명도소송을 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하고 행정소송도 하겠다"고 했다.
◆"혐오시설 낙인 찍혀 갈 곳 없어"
연탄업체들은 대체부지를 요구하는 근거로 '석탄산업법'을 들고 있다. 이 법 제23조 1항은 '시'도지사는 석탄가공 공장의 교외 이전, 단지화 및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연료단지의 조성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창수 한성연탄 대표는 "안심뉴타운 개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보상비만으로는 이전할 땅과 새 시설을 마련하기 어렵다. 더구나 연탄공장은 이미 혐오시설로 낙인 찍혀 대구 안에서 주거지를 피해 옮겨갈 곳을 찾기 힘들다. 2011년 방천리 쓰레기매립장 인근으로까지 이전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며 "대구시나 대구도시공사가 보유한 대구 외곽 땅을 한시적으로 임차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체 이전을 어렵게 만드는 '연탄공장=혐오시설'이라는 인식에 대해 남 대표는 "연탄을 대량 생산하고 먼지차단시설도 없던 과거의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년간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 한성연탄 옆 폐철로변에서 수시로 비산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모두 기준치인 0.5㎎/㎥ 아래로 나타났다. 최소 0.03㎎/㎥에서 최대 0.11㎎/㎥로 기준치의 10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인식이 개선돼 공장 이전에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 이전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장기간 휴업을 하거나 자칫 폐업한다면 40여 명의 직원과 연탄 배달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주장했다.
◆장거리 수급, 문제없을까
안심연료단지가 폐쇄되면 대구 내 연탄업체가 모두 사라지게 돼 연탄 자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향후 안정적 수급이 가능할지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안심연료단지 폐쇄에 대비, 당장 이번 겨울부터 타 지역 업체들로부터 연탄을 수급하는 계획을 세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연탄수송비 지원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시에 따르면 대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경주'의성'경남 밀양'충북 음성 등 4곳의 업체가 대구로 연탄을 수송토록 했다. 대구시는 이들 업체에 연탄 1장당 17원씩, 3년간 모두 6억원 한도로 수송비 등을 보조해준다. 이에 대해 대구 연탄업체 관계자들은 "연탄은 장거리 운반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품이다. 한시적 보조가 종료되면 타지역 업체들은 운송비가 더 드는 만큼 대구 판매 연탄 가격을 올릴 수 있고, 업체 사정에 따라 대구를 배달 후순위 지역으로 미룰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구는 가정'상업용 연탄 사용량이 특별'광역시 중 서울에 이어 2위 규모다. 인구가 더 많은 부산, 인천보다 많다. 연탄 사용량은 장기적으로는 감소세이지만 단기적으로 고유가와 경제불황 등의 영향으로 요동칠 여지는 충분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1995년 16만1천t에서 1999년 3만9천t까지 사용량이 급격히 줄다가 2008년 16만9천t으로 치솟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꾸준한 도시가스 보급 등의 영향으로 연탄 사용량이 매년 15%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타 지역 업체를 통한 연탄 수급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대구의 최근 3년 가정'상업용 연탄 사용량은 2014년 10만t, 2015년 8만6천t, 2016년 7만2천t으로 감소세다.
◆상생 절충안 찾아야
결국 대구시는 보상 협상 타결을, 업체들은 원활한 이전을 바라는 만큼 타 지역 사례에서 절충안을 찾을 필요도 있다.
업체가 이전에 성공한 사례는 2006년에 있었다. 김천제일연탄이 상주로 옮겨 상주제일연탄을 신규 설립한 것이다.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2010년 발표한 '시가지 내 연료단지의 이전 사례 연구'에서 "대도시는 대단위 주거단지가 많고 극심한 주민 민원도 예상돼 적절한 부지 마련이 어렵다"며 "비주거지역이 많은 시'군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민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보지 선택이 가능하다. 상주제일연탄을 비롯해 영덕합동연탄, 원주연탄 등의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도심 내 존속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서울은 동대문구 삼천리연탄과 금천구 고명산업 등 2개 연탄공장이 도심에서 운영 중이다. 2015년 기준 22만2천t에 달하는 대규모의 서울 내 가정'상업용 연탄 사용량을 한강 기준 남'북쪽 2개 업체가 감당한다.
연탄업체가 생산 기능은 폐업하되 유통 기능은 살려 존속하는 방안도 있다. 지난 8월 부산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진아산업은 연탄 생산은 중단하는 대신 설립 이후 40여 년간 구축한 배달망을 활용하는 연탄유통업체로 변신했다. 골목 구석구석까지 연탄을 배달하는 노하우는 타지역 업체에는 없지만 해당 지역 업체는 갖고 있어서다. 이에 부산시도 대구처럼 연탄을 외부에서 가져올 때 수송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 진아산업에 연탄 유통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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