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상인 "이마트 노브랜드, 골목상권 말라 죽어"

입력 2017-11-06 00:05:04

대구신세계서 입점 저지 집회

대대구 슈퍼마켓 상인들이 5일 오후 대구신세계 및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업의 유통업 골목상권 침해 저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대구 슈퍼마켓 상인들이 5일 오후 대구신세계 및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업의 유통업 골목상권 침해 저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지역 골목상인들이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의 골목상권 침해를 두고 볼 수 없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대구 슈퍼마켓 상인들로 구성된 '노브랜드 입점 저지 연합회'(회장 박우석, 이하 연합회)는 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대구 동구 대구신세계 앞에서 상인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기업 유통업 골목상권 침해 저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노브랜드 1호점이 문을 열면 2호, 3호점도 줄줄이 문을 열어 동네 슈퍼가 다 말라 죽을 것이다. 노브랜드 매장은 대기업 본사가 리모델링하고, 수익도 서울로 흘러가 대구 경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내달 중 대구 동구 대림동 신서혁신도시 상가에 300㎡ 규모 노브랜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노브랜드란 이마트와 전국의 여러 제조 중소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노브랜드라는 공통 이름으로 판매하는 PB브랜드(자체 개발 브랜드)다. 이마트 그룹 유통망을 통해서만 판매하며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들이지 않아 대체로 동종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이런 노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일종의 슈퍼마켓이 노브랜드 매장이다. 이 때문에 전국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각지에 노브랜드 매장 입점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반대 집회에 나서는 등 위협을 느끼고 있다.

연합회 박우석 회장은 "대구는 이미 신세계그룹을 비롯한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왕국으로 변모하고 있어 지역 상권이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는 신세계가 진행하는 어떤 형태의 유통업체 입점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에 따르면 노브랜드 매장은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속한다. 골목상권에 SSM이 입점할 경우 대'중소기업 유통상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조정 의무를 지닌다.

시에 따르면 대구동북부슈퍼마켓협동조합이 사업조정 신청을 해 중소기업중앙회가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브랜드 매장이 '지역 상권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시도 현재 노브랜드 매장 입점을 일시중단한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슈퍼마켓 상인들과의 사업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3년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곧 있을 사업조정협의회에 참가해 골목상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생할 방안 등을 놓고 성실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마트와 대구시는 일반 노브랜드 매장보다 '노브랜드 상생몰'을 우선 입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지난해부터 전국 4개 전통시장 내에서 운영 중인 노브랜드 상생몰은 전통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제품만을 판매하면서 시장 고객유치 효과까지 있는 상생 목적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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