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반대론 "洪 대표 독단 인정 못한다"

입력 2017-11-04 00:05:00

찬성론 "안타깝지만 미래 준비해야"

보수정당의 위기 때마다 당을 구한 뒤 대권까지 잡은
보수정당의 위기 때마다 당을 구한 뒤 대권까지 잡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사실상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되면서 탄핵과 법정 구속에 이어 당에서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지난달 16일 오전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3일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조치를 완료했다. 최종 결정 순간까지 친박계의 반발이 심했지만 결국 홍준표 대표가 총대를 멨다. 홍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마다 '선거의 여왕' 역할을 톡톡히 하며 보수당을 위기에서 구했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속내를 비쳤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심경은 더욱 착잡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지역 의원들은 '불행한 일이다' '안타깝다' '착잡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다만, 홍 대표 결정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 운용 방안 등에 대해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도부, 쉽지 않은 결단 이제 당의 미래 위해 일치단결해야

홍준표 대표 체제에 호의적인 한국당 지역 의원들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당 대표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린 결단을 존중하고 이제는 당의 미래를 위해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철우 최고위원(김천)은 "박 전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무척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기 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출당조치까지 내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이제는 미래를 보고 당이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 역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당의 미래를 위해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곽 의원은 "여권이 적폐청산을 외치며 강도 높은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는 정치상황을 고려해 당 대표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안타깝지만 이제 당도 혁신과 쇄신에 집중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여론과 달리 수도권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은 "좀 더 명예롭고 좀 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당의 혁신위원회,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기구를 통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받아들이고 이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홍 대표 결정 인정할 수 없어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홍 대표의 출당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도록 더 기다리고, 당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기 위한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경환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시켰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행위로 원천무효이며 취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 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당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해야 한다"며 "홍 대표는 오늘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앞으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무법적이고 안하무인격인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안동)은 "홍 대표의 출당조치 강행은 인정할 수 없다. 일각에서 최고위원들이 결정을 홍 대표에게 위임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없다. 박 전 대통령께 더 시간을 드리고 예우를 갖춰야 한다. 당이 나서서 박 전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최고위원 역시 "향후 민심 동향을 잘 봐야겠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더 시간을 드리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팽팽하게 맞섰던 사안을 대표가 자의로 결정한 것이니만큼 그 후폭풍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박 전 대통령 출당조치가 보수혁신이냐?"

한국당 소속이 아닌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남의 정당 일에 이렇다 저렇다 할 처지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적어도 지역에서만큼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대구 수성을)은 "함께 지역을 대표해 정치를 한 입장에서 안타깝고 참담한 심경이지만, 다른 당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북을)은 "관심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다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대구 동을)은 박 전 대통령 출당조치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출당이나 제명은 진정한 보수혁신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대단한 개혁인 것같이 포장하는데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이 이미 탄핵을 당하고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한다는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이게 무슨 혁신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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