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추석대목장날(8)

입력 2017-11-02 00:05:41

-모도모도 한 옥쿰씩만 쪼매쪼매씩

모도모도 한 옥쿰 씩만

쪼매쪼매씩

왼갖 잡곡을 벌씨논

조오쪽 골목 끄티서

잡곡 파는

난전(亂廛) 쪼그랑망테이 할마씨는

자꼬 자분다

깜동콩 한 옥쿰, 쥐누이콩 한 옥쿰

콩지름콩 한 옥쿰, 강낭콩 한 옥쿰

차조 한 옥쿰, 녹띠 한 옥쿰, 기피 앗은

녹띠 한 옥쿰, 찐쌀 한 옥쿰, 찹쌀 한 옥쿰

뺄간 팥 한 옥쿰, 늘보리 한 옥쿰, 찰보리

한 옥쿰, 율무 한 옥쿰, 미물 한 옥쿰

기장 한 옥쿰, 찰기장 한 옥쿰

이룩쿰 한 옥쿰, 한 옥쿰씩을

새끄데이로 똥구란 따배이겉치

판때기 우에다가 테를 맨들어 돌리 놓고

고 테 안에다가

잡곡 한 옥쿰 한 옥쿰씩을

벌씨났는데

우에서 보이까네

가지러이 자루자루가

옴싸받아 뷘다

(시집 2집 대구의 장터 풍물편 『추석대목장날』 오성문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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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옥쿰: 손으로 한 번 움켜쥘 수 있는 양

*쪼매쪼매씩: 조금조금씩 *벌씨논: 벌려 놓은

*쪼그랑망테이: 얼굴에 주름이 가서 쪼글쪼글한

*녹띠: 녹두 *미물: 메밀 *자꼬 자분다: 자꾸 존다

*기피 앗은: 껍질을 벗긴 *새끄데이: 새끼줄

*따배이: 똬리. 여인들이 물동이 같은 것을 머리에 일 때 머리가 짓눌리지 않게 머리와 물동이 사이에 짚이나 새끼줄로 똬리를 틀어 고아 놓는 물건 *판때기: 판자

*테: 질그릇 같은 것이 깨지지 않도록 빙 둘러싸는 줄

*옴싸받다: 뭔가 빈틈이 없이 꽉 짜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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