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과 날이 분리되는 '클랩 스케이트' 한 바퀴 당 0.3초 단축 효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평창 동계올림픽이 1일로 딱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보다 재밌는 평창올림픽 관전을 위해 계명대 김기진 교수와 함께 동계스포츠를 과학으로 풀어 헤쳐보는 '과학으로 보는 동계올림픽' 코너를 선보인다.
스피드와 쇼트트랙 스케이팅에서도 첨단과학을 이용한 속도와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돼 왔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로는 첫 금메달을 차지한 쇼트트랙 1,000m의 김기훈이 착용한 몰드화 스케이트는 한 달에 4켤레밖에 제작할 수 없는 수공예의 첨단과학이 빚어낸 결과였다. 뒤꿈치와 발목 밑 부분에 방탄조끼 소재로 쓰이는 탄소섬유 캐브라를 에폭시(특수 접착제의 일종)로 6겹으로 접착한 뒤 역시 탄소섬유로 겉 마감함으로써 발목을 완전히 고정해 킥이 잘 이루어지고 빙판 착지가 잘되게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스케이트 날은 신발 밑바닥에 고정된 기존 스케이트와 달리 뒤축이 발꿈치에서 붙었다 떨어졌다 함으로써 스피드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클랩 스케이트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클랩 스케이트는 일반 스케이트보다 한 바퀴 당 0.3초 정도 빨라진다는 것이 기록으로 입증됐다. 클랩 스케이트는 95년 네덜란드의 바이킹사에서 처음 개발된 뒤 일반화됐다. 네덜란드가 스피드 스케이팅의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것도 첨단과학을 활용해 스케이트 화를 개발한 제조업체 간의 경쟁 덕분이다.
클랩 스케이트는 얼음을 지칠 때 뒷굽과 날이 분리되고, 활주 때는 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에 붙어 있어 얼음판과의 접촉을 더 길게 해준다. 접촉시간이 길어지면 얼음에 압력을 가하게 돼 녹는점이 내려가 물이 생겨나는데, 이때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녹는점이 올라가 얼게 되는 일종의 '복빙현상'이 발생한다. 체중이 실리게 되면 큰 압력으로 얼음을 누르고, 녹는점이 낮아져 표면이 물로 변해 녹은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마찰을 줄이고 스피드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스케이트 날의 최적 두께의 경우 네덜란드의 메이플사가 공학 실험 결과 1.1㎜인 것을 밝혀내면서 기존 바이킹사(1.0㎜)보다 코너링이 좋은 스케이트를 생산하게 됐다.
빙상선수들의 유니폼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첨단과학 연구와 변화가 거듭되면서 현재 무게 150g, 두께 0.3 mm에 불과할 정도가 됐다. 규칙상 착용해야 하는 방탄유니폼은 '다이니마'라는 소재를 이용해 잘 찢어지지 않고 충격을 완화하도록 해 선수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의 선두주자이자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가 유리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의 유니폼을 개발하면서 기록 단축에 도움을 주게 됐다.
스케이팅 시 마찰이 심한 허벅지 안쪽에는 더 미끄러운 재질을 사용해 불편함을 최소화했고, 머리와 팔다리 부분에는 돌기를 부착해 주변 공기 흐름이 원활하게 하고 전체 겉면은 폴리우레탄(PU) 소재로 코팅 처리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경기 중 자세 변화 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옷의 주름을 제거했고, 피부밀착에 도움을 주고 근 수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니폼이 신체를 최대한 쪼여주도록 했다. 경기 시 허리를 굽히기 편하게 하기 위해 유니폼 구조를 'ㄱ'자로 꺾어놓았는데, 골인 직후 선수들이 곧바로 상의 지퍼를 내리는 것도 유니폼 구조상 상체를 세울 때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