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혜택 못 받아 세살배기 치료 막막
캄보디아에서 온 썸낭(가명'34) 씨는 딸 아리(가명'3) 양의 손을 놓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잔병치레가 심했던 아리 양은 매년 독감과 폐렴을 달고 살고 있다. 이날도 병원에 입원한 아리 양은 손등에 링거를 꽂은 채 마른기침만 해댔다.
썸낭 씨에게 아리 양은 대구에 내려와 만난 스리랑카인 로원(45) 씨와 지내며 얻은 귀한 딸이다. 가정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야 할 로원 씨는 지난해 불법체류 사실이 출입국관리소에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썸낭 씨는 "남편은 재판을 받고 있고 딸은 아픈 상황에서 나라도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적 취득을 못 해 취업도 쉽지 않다"며 "아이가 약하게 태어나 병원에 자주 들락거리는데 치료비가 없으니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불법체류로 재판 중
2008년 국제결혼으로 서울에 온 썸낭 씨의 한국 생활은 악몽으로 시작됐다. 일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만 손을 벌리던 한국인 남편은 종종 썸낭 씨에게 손찌검을 해댔다. 썸낭 씨의 얼굴은 하루 걸러 한 번꼴로 벌겋게 달아오르기 일쑤였다. 썸낭 씨는 결국 버티다 못해 이혼서류를 남편에게 내밀었고, 딸 김사라(9) 양의 양육권을 얻어 고향 친구가 있는 대구로 향했다.
썸낭 씨는 "많이 맞았다. 종종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는데 어느 날 또 술을 먹고 때리려 해 집을 나와 시설에서 생활하며 이혼을 준비했다"며 "집을 나오면 살길이 막막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폭력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도 아빠와 살고 싶지 않다고 해 도망치듯 집을 나와 대구로 왔다"고 말했다.
그런 썸낭 씨에게 대구의 한 교회에서 만난 스리랑카인 로원 씨는 큰 힘이 됐다. 로원 씨는 돈도 없고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썸낭 씨의 적응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가끔 보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동거하게 됐고 2014년 아리 양이 태어나며 부모와 딸의 국적이 모두 다른 '다국적 가족'이 됐다. 썸낭 씨는 "딸도 괜찮다고 해 같이 살게 됐다"며 "남편은 경산 하양의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나는 국적 취득을 위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로원 씨가 지난해 말 출입국사무소에 적발된 것이다. 집안 생계를 도맡던 로원 씨가 대구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면서 썸낭 씨 가족의 생활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썸낭 씨는 "첫 남편은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두 번째 남편은 구치소 신세가 되니 너무 막막했다"며 "한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나니 국적 취득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생활이 너무도 힘들어 눈물만 났다"고 털어놨다.
◆"큰딸도 여기 남고 싶어 해요"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막내 아리 양의 잦은 잔병치레는 썸낭 씨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면역력이 약했던 아리 양은 폐렴으로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신세다. 남편과 딸 모두 불법체류자 신세라 정부의 복지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는 데다 그동안 치료비용을 지원해 줬던 대구의료원에서도 반복 지원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앞으로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썸낭 씨는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90여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았지만 이마저도 이달이 마지막이다"며 "일을 시켜주는 곳은 없는데 딸은 아프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썸낭 씨는 그렇다고 캄보디아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썸낭 씨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새살림을 꾸린 데다 첫째 딸 사라 양이 캄보디아행에 극구 반대하고 있어서다. "사라가 여기 남아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네요. 지금도 공부를 잘해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공부도 도와주고 있어요. 딸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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