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근간은 자유와 책임
보수 가치 추구한 보수 없어
총선·탄핵 정국서 분열 극심
이전투구 쉽게 못 빠져나와
부패로 망하는 게 보수요 분열로 망하는 게 진보라는 정치권 얘기가 있다.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원래 잘못된 일반화였는지 아니면 요즘 와서 달라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부패에는 보수 진보가 없지만 분열상은 보수가 더 극심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변신하는 모양을 보면 그렇다. 친이 친박 싸움은 이미 고전이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도 내부 분열로 표류하다가 19대 국회를 마쳤다. 친박 중 진실한 사람을 골라내는 싸움으로 스스로 무너진 게 20대 총선이다. 충분히 정치적 해법을 강구할 수 있는 탄핵 정국에서 제풀에 손을 들고 만 것도 분열 때문이다.
이른바 친박 청산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또 한 번 자중지란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청원 의원과 홍준표 대표는 장삼이사도 하기 쉽지 않은 말을 서로에게 퍼부으며 공개적인 망신 주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어려운 말로 이전투구, 쉬운 말로 진흙밭 개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떨어져 나간 바른정당 역시 보수의 한 축이 아니랄까 봐 분열상을 거듭한다. 야심 찬 창당의 목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일부가 탈출극을 벌였다. 창당 후 얼마 만이었는지 정확한 기록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당시 패잔병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기억 때문일까. 그냥 돌아오기가 머쓱해서일까. 무언가 명분을 달라는 요구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통합 추진이 분열을 잉태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징계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홍 대표를 두둔하거나 서 의원 등의 반발을 옹호하고 싶지도 않다. 이른바 보수라 칭하면서도 보수다운 가치를 지키는 정치인이 없음을 한탄하는 것이다. 분열로 망하는 보수가 나오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이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제대로 된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보수의 상징은 숱하게 많지만 '자유와 책임'은 그 근간이 된다. 국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개인을 추구하지만 그로부터 발생하는 책임 역시 개인이 철저하게 진다. 이 같은 생각을 빼놓고 보수의 가치를 논할 수 없다. 정치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보수 정치인들이 자유와 함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진정한 보수의 정치를 추구했다면 오늘날의 참담한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너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는 말자. 탄핵 전후 박 전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의 탈당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예외 없이 행해져 온 정치적 퍼포먼스다. 이유와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당적을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면 보수 궤멸이라는 단어가 쉽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라도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당적 정리를 했다면 보수의 재구성은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법적 잘잘못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전직 대통령들 역시 내심이야 어떻든 당과 거리를 둠으로써 당을 살리는 정치적 행위를 해온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렇다 치자. 이른바 친박들이 선뜻 책임을 지는 행동을 먼저 했다면 어땠을까. 누구누구라고 굳이 이름을 들먹이기도 구차하다. 경위야 어떻든 대통령이 초유의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마당이다. 일본처럼 생명을 버리라는 말도 아니다. 함께 책임을 지고 정치를 은퇴하거나 의원직을 버리거나 최소한 탈당이라도 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게 너무 무리인가. 이정현 전 대표는 특수한 처지라고 말하려는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혹은 우리만 잘못했느냐며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을 때 보수정치의 조종은 울렸다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청산 관련 이리저리 어지럽게 말을 바꿔온 홍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라에 도가 행하여질 때에는 지혜로웠으며 나라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을 때에는 어리석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를 집단이나 개인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로 들어맞는다. 보아하니 보수는 진흙탕에서 함께 구르는 어리석은 모습을 한참이나 더 연출할 듯하다. 책임지는 정치가 무엇인지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도를 깨닫기 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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