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불똥 튄 기아차 통상임금

입력 2017-10-28 00:05:01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여파가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통상임금 지급에 따른 기아차 영업 손실이 납품업체로 전가되면서 대구경북 부품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기아차는 27일 3분기 영업손실이 4천270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2007년 10월(1천165억원 영업손실) 이후 10년 만에 영업 적자를 봤다. 적자를 본 결정적 요인은 통상임금 소송이다. 기아차는 지난 8월 31일 노조 측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하면서 1조원가량의 손실 예상 비용을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을 제외한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통상임금 여파로 기아차가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그 피해는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협력업체들은 기아차 영업손실과 맞물려 이미 이달 초부터 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대구 북구 액세서리 업체로 고급차에 기본 내장하거나 중저가차 옵션차량에 들어가는 장식을 제조하는 기아차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영업손실을 이유로 몇주 전부터 납품단가를 5~10% 낮추자고 요구했다. 통상 11월이면 단가 조정을 하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기다"고 했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일수록 '기아차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청업체가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하면 다른 하청업체를 통해 손쉽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협력업체 간 수직 구조 때문이다.

당장 대구 달서구에서 차체를 제조하는 2차 협력업체는 "최근 기아차로부터 5%가량 단가 인하를 요구받은 1차 업체가 같은 비율로 단가 조정이 가능한지 회신을 요구해 왔다. 5%까지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기아차 사정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를 거절했다가는 다른 업체에 일을 뺏겨 거래가 끊길지도 모른다. 2~4%대로 단가를 낮추는 쪽으로 1차 업체와 협의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이 업체는 공정라인에 일손이 부족해 직원 감축은 어려운 실정으로 대신 원자재 납품업체와 수송업체 등에 문의해 지출을 낮출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대구경북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올해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내년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통상임금 여파로 부품 주문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저임금까지 대폭 인상돼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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