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주인가…한수원 본사·해체 연구센터 등 잘 짜여진 산·학·연 협력체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를 수용하면서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해 원전해체에 대비하겠다"고 언급하자, 원전을 유치한 지역들이 일제히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당장 노후원전 조기폐쇄를 약속한 정부 방침에 따라 해당 원전인 월성 1호기를 보유한 경주시와 경상북도는 지역의 원전 관련 기관이나 대학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원전 가운데 절반을 운영하고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가동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경주에는 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원자력환경공단 등이 집적해 있는 데다 원전 제염'해체 분야 연구센터(경북대 제염해체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까지 자리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원전'인력'기관은 강점으로 내세우고,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열악한 정주여건은 개선안 마련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코 경주가 가진 원자력 인프라를 따라올 수 없다. 경주는 차세대 원자력연구단지를 고려한 인구 저밀집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고, 원해연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 산'학'연 협력체계가 잘 짜여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정부의 부지선정을 위한 공모에 철저히 대비해 경쟁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속한 원해연 관련 사업 약속대로 추진해야
이런 가운데 경북도와 경주시가 원해연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된 전력이 있는 원해연 유치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과거사부터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원자력 전문가는 "원해연이 신공항처럼 정치적 논리로 가면 이도 저도 안 되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가 원해연 관련 사업을 지역에 추진하려던 경위와 경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 원해연 관련 사업을 경주에 줬다는 것은 그만큼 경주가 최적지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경주시 양북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저준위방폐장 유치에 따른 국제에너지과학연구단지'복합스포츠단지'만파식적역사숲 조성 사업 등을 약속했다. 이 사업은 원해연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 경주시장이 전력투구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해당 사업은 거의 백지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3선을 끝으로 물러나고, 최양식 경주시장마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해당사업을 견인할 동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 양북면 한 주민은 "지난해 정부가 방폐장을 받아줘서 고맙다며 해당 사업을 지역에 주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방폐장심의위원회조차 열고 있지 않다"며 "지역민들이 국가에너지사업을 위해 묵묵히 참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했다.
◆탈핵을 상쇄할 사업이 필요한 원전 지자체
경주에 본사를 옮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역발전을 위한 장밋빛 꿈을 꿔보기도 전에 탈핵 정책으로 크게 위축됐다. 세수 감소 및 지원사업 축소 등으로 지역민들의 기대도 많이 숙졌다. 이 때문에 경주시는 원해연과 원자력과학연구단지 조성에 목을 맨다. 2005년 11월 경주시는 19년간 표류하던 중저준위 방폐장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한수원이 지난해 3월 경주로 이전하면서 앞으로 10년간 약 800억원의 세수와 각종 성장계획안을 발표하며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
경주에 위치한 원전은 앞으로 10년간 원전 6기 가운데 4기가 설계수명을 다한다. 지방재정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수원의 임직원 1만2천 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은 지난해 수준의 30%밖에 안 뽑았다. 새 정부가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 개발 사업도 아직 지지부진이다.
노후원전의 폐로는 원칙적으론 찬성하지만 지역의 큰 산업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달갑지만은 않다.
주민 최모(56'양남면) 씨는 "지역경제에서 한수원의 각종 지원사업과 소비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노후원전을 줄이되 이를 보완하는 원해연 같은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경주지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설계수명을 한 차례 연장해 2022년까지 가동 예정인 월성 1호기는 정부 발표에 따라 조기 폐로 되고,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노후원전들은 수명 연장 없이 폐로 될 전망이다.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 10기가 그 대상이다. 이번에 건설이 재개되는 신고리 6호기(2023년 준공 예정)가 마지막 원전이 된다면 설계수명 60년이 지난 뒤인 2083년 한국에서 원전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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