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소아과 등 4개과 진행, 4일간 진료·약 처방 구슬땀, 현지 의료진에 의술 전수
베트남은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가파른 경제성장률에 비해 의료 수준은 낙후돼 있다. 도농 간 빈부 격차가 심한 데다 의료시설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평생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소득층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한국 의료진의 방문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아볼 소중한 기회가 된다.
한국 의료진을 고대하는 건 현지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의료 서비스의 질을 확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다. 이에 따라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은 18~21일 베트남 빈증성에서 나눔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방문은 단기 의료 봉사에 머물지 않고 현지 의사들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의료 기술을 전수하는 기회가 됐다.
◆병원 문턱 못 넘는 저소득층에게 새 희망을
19일 오전 베트남 빈증성 미푹병원. 최은진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양손을 빠르게 비볐다. 차가운 손이 몸에 닿았을 때 놀랄 아이를 위한 배려다. 청진기로 심장 박동과 폐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본 최 교수가 아이를 보며 싱긋 웃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가끔 머리가 아프다는 어린이 환자도 세심하게 살폈다. 최 교수는 "아침, 점심, 저녁 중에 언제 머리가 아프니?" "양쪽 팔의 느낌이 똑같니" 등 뇌종양 여부를 살펴보는 12가지 검사를 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뎅기열 환자가 많다고 해서 오는 길에 급하게 공부했다"고 웃었다.
안과에서는 김선연 전공의가 환자를 맞았다. 진료실을 찾은 55세 남성은 "양쪽 눈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 전공의가 가진 장비는 검안경이 전부. 몇 차례나 거듭해서 남성의 눈을 살펴보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지 문진을 한 뒤에야 백내장이 심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복도 한쪽 끝에 마련된 의약품 부스에서는 유은정 약사와 오미숙, 배가희 간호사가 처방전에 따라 약을 나눠 주느라 분주했다. 세 사람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이날 진료는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치과와 안과 등 4개 과에 걸쳐 진행됐다. 무료 진료를 받은 환자는 150여 명. 처방을 하고 남은 약품은 모두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병원 측에 기탁했다. 이날 무료 진료를 받은 응엔 티 니어(77) 씨는 "한 달 수입이 150만동(약 5만원) 정도여서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비도 대기 어렵다"면서 "한국인 의사가 친절하고 세심하게 진료를 해줘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낙후된 베트남 의료 서비스 수준도 높일 것
이번 방문 기간 동안 현지 의료진과 다양한 교류도 이뤄졌다. 내과 진료를 맡은 박성훈 류마티즘내과 교수의 진료실에는 미푹병원 내분비내과 의사인 탄 씨가 함께했다. 탄 씨는 "베트남에도 의료 장비와 약품이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은 부족하다"면서 "오늘 진료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환자와의 만남부터 진단, 처방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꼼꼼하게 배웠다"고 했다.
박인숙 치과 교수는 최근 대구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가치아골이식재' 연구 성과를 의료진에게 소개했다. 자신의 치아를 가공해 임플란트 골이식 재료로 활용하는 연구로 올해 대구우수의료기술에 선정된 신기술이다. 박 교수는 "아직 이곳에서는 신경치료를 손으로 할 정도로 의료 수준이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의료 기술 습득 속도가 빨라 단기간에 상당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곳 의료기관들은 대구가톨릭대의료원과 교류를 통해 최신 의료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차 있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과 베트남 국영기업 베카멕스는 앞서 18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교류 활성화에 나섰다. 1976년 설립된 베카멕스 그룹은 자산규모 7조2천억원을 자랑하는 종합그룹이다. 응언 반 황 베카멕스 공사 부회장은 "한국 의료진의 나눔의료봉사를 통해 사회복지에 기여하고, 의료 질 향상과 의료 관광 활성화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응엔 반 쯩 베카멕스 국제병원 원장은 "지난 1월 개원한 국제병원은 한국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 연수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암 등 중증 질환과 뇌혈관 질환 분야의 치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 함께한 권오춘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은 "앞으로 베트남 의료진의 교육'연수와 의료 관광 활성화 등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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