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학교나 종교 단체에서는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행사들이 많다. 마음 같으면 모든 학생들이 다 대박이 났으면 좋겠지만 일렬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시험에서는 모든 학생이 대박이 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수능이라는 상황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하여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상황에 빨리 적응하고 승부에 따른 긴장감을 덜기 위해 시합 때까지 일정한 규칙과 순서에 따라 준비를 한다. 경기 전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부터 세부 훈련 순서 등 흔히 루틴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절차들을 꾸준히 해 나가면 실전에서도 평상시처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조급하게 생각하고 무리해서 공부하는 것보다 수능 날의 리듬에 맞추어 일정한 루틴을 지키는 것이 대박이 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말에서 운이 좋아서 크게 이득을 보는 일이나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대박'이라는 말은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대박이 나다/터지다'나, '대박을 터뜨리다/치다'와 같은 말은 20세기 후반에 영화계에서 많이 쓰던 말이었는데, 2002년 국립국어원의 신어(新語) 조사 때 처음 기록되었다. 이 말은 영화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을 때 사용했던 '빅 히트'(big hit)를 대체해서 쓰였던 것으로 보아서는 크게 망했을 때 사용하는 말인 '쪽박'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완전히 망했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는 관용적 표현으로 '쪽박/깡통을 차다'는 말을 흔히 사용해 왔다. 쪽박이나 깡통은 거지들이 구걸을 할 때 사용하는 필수품으로, 이것을 '(허리에) 차다'는 것은 완전히 망해서 거지가 되었다는 것을 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쪽박이다', '쪽박 나다'와 같은 형태로도 사용되면서 '쪽박'은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되지 않아도 완전히 망했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대박이라는 말은 완전히 망한 것을 뜻하는 '쪽박'(작은 박)과 반대되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이익을 낸 영화를 말할 때 '중박'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을 보면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박 재미있다", "대박!"처럼 명사로 사용되던 '대박'이 부사어나 감탄사로도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유행어로 사전에 등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사회에는 '대박'을 좇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박이라는 것도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영화 '넘버 3'의 대사처럼 잠자는 개에게는 태양이 비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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