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탈원전 드라이브 누그러지지 않겠나" 환영

입력 2017-10-21 00:05:01

2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 본관 앞에서 한수원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신고리5
2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 본관 앞에서 한수원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결론에 "국민의 이름으로 결정된 원전 역사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20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하자, 국내 원전의 절반인 12기를 운영하고 있는 경북 동해안 지역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원자력계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가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경주와 울진'영덕 지역 원전 정책에 직접적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탈핵 일색의 정책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권고안 내용 가운데 원전 축소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탈핵을 주장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고,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경주와 울진은 이에 대비한 원전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주 "노후 원전 가동 중단 대책 필요"

경주는 공사 재개 권고를 환영하면서도 원전 축소 의견에 따라 앞으로 노후 원전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후속 대책을 걱정했다. 노후 원전 중단에 따른 세수 및 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82년 11월 발전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된다. 월성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2012년 11월 20일 운영허가가 끝났으나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 23일 발전을 재개한 상태다. 조기 폐쇄 방침이 정해진 이상 2022년 이전에 문은 닫겠지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잘 운영한 원전을 없애고 신재생에너지로 돌아서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번 권고안이 지역에 직접적 영향은 없겠지만, 원전 축소 의견에 따른 여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후 원전이 중단되면 세수가 줄어드는 등 상당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따라서 원전을 해체하고 연구하는 사업을 유치하거나 정부가 강조하는 신재생 사업을 지역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고안에서 원전 안전기준을 더욱 강화하라는 것과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원전 운영이기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주 시민단체들은 공론화 결과는 받아들이지만 과정에서의 서운함은 많다고 했다. 대통령 탈핵 공약 사항에 대해 정부가 시민들에게 떠넘긴 뒤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을 이어갔다는 얘기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신고리를 하라면서도 원전 축소를 하라는 다소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탈핵을 강조한 정부 아래서 나온 결과이기에 상실감이 크다. 정부가 탈핵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플랜을 짜야 하고 원전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를 더욱 안전하게 보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울진 "신한울3'4호기 공론화 필요"

울진은 공론화위 발표 이후 탈원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설계용역이 취소됐던 신한울원전3'4호기의 건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 침체를 이유로 신한울원전3'4호기 발전 재개를 촉구했던 울진군 북면주민발전협의회는 공론화위 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대책 없는 탈원전 정책을 비난했다.

북면주민발전협의회 오희열 사무국장은 "울진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한울원전3'4호기 건설을 진행할지에 대해 물어보는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정부의 원전 정책은 시작도 그랬지만 현재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원전이 들어서면 들어서는 대로 폐기되면 폐기되는 대로 그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소리는 어느 누구도 내지 않고 있다. 신고리5'6호기가 공사 재개된 만큼 울진에 계획된 원전 역시 머리를 맞대 원전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핵으로부터안전하고싶은울진사람들'의 이규봉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하고도 공론화 과정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여론조사의 샘플이 적정했는가도 의심스럽다. 다만 원전 축소 방향을 공표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한울원전 3'4호기 백지화에 대해 하루빨리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원자력 안전성을 강화하며 신재생에너지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 "천지1'2호기 입장 밝혀야"

신규 원전 예정지인 영덕군은 정부가 보다 빨리 천지1'2호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지역이 입은 피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지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은 지난 6월 중단됐다. 각각 2026년, 2027년 완공 예정이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땅 매입도 중단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 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천295㎡를 사들였다. 현재 영덕군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감당하고 있고 지주들 역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 만약 신규 원전 백지화로 가닥이 잡힌다면 지정고시 예정부지를 한수원이 일괄매입해 친환경에너지클러스터 구축 등 대체 국책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덕 주민 임구곤(40) 씨는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원전을, 확실한 대체에너지 확보 없이 탈핵 공약에 따라 포기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낭비로 보인다. 공사 재개에 따라 천지원전 혹은 다른 에너지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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