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각장애인복지대회 열려…국채보상공원∼시민체육관 행진, 흰지팡이의 날 알려
18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흰색 지팡이 300여 개가 모였다. 자립과 성취를 상징하는 흰 지팡이를 짚은 대구지역 시각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서로 손과 어깨를 꼭 붙잡은 채 2.8㎞ 떨어진 대구시민체육관까지 행진했다. 바닥을 더듬는 흰지팡이들의 작지만 우렁찬 '탁, 탁' 소리가 삽시간에 국채보상로를 가득 채웠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제정한 흰지팡이의 날(10월 15일)을 기념해 18일 대구에서도 제38회 대구시각장애인복지대회가 열렸다. 흰지팡이의 날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흰색 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상징으로 활용된 것에 착안, 시각장애인들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1980년 제정됐다.
행진에 참가한 전대현(55)'유경숙(58) 부부는 1시간 넘게 걸으면서도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전 씨 부부는 선천적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전맹'이다. 하지만 반려자의 손을 잡고 흰 지팡이를 들고 있으니 '어둠 속 긴 행진'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전 씨는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동지의식도 생기고 운동도 돼 매년 행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의 도로 행진인 만큼 위험천만한 상황도 있었다. 이들이 시각장애인임을 알지 못한 일부 차량이 행렬을 가로지르며 우회전을 시도해서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차가 급히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을 막아섰다. 한 경찰관은 "시력이 낮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참가자가 대부분이어서 각별히 안전에 유의하고 있다"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장애인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요소도 이들의 행진에는 큰 위협이었다. 행진 도중 스태프들은 갓길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럭 한 대 때문에 진땀을 뺐다. 참가자들에게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피하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해서다. 김상환(44'시각장애 5급) 씨는 "불법주차 차량이나 적치물들은 비장애인들에겐 그저 귀찮은 방해물이지만 우리에겐 생명과 직결된 위협"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김재룡 회장은 "행진을 통해 흰지팡이의 날 의미를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며 "흰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상징하는 만큼 시민들도 '시각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자립을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