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반디의 꿈

입력 2017-10-18 00:05:01

제이콥 루아 카티티의 인터넷 사진과 이야기가 화제다. 리투아니아 사람인 제이콥은 일주일간 북한을 여행했다. 그가 본 북한의 모습은 너무 이상했고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또 다른 여행을 계획했다. 'KOREA'라는 이름을 같이 쓰고 있는 대한민국 '남한'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그가 본 북한과 남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SNS에 올렸다. 뚜렷이 대비되는 두 사회의 모습에 전 세계인이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다.

물론 제이콥이 본 북한과 남한은 그의 눈에 비친 겉모습일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경우 여행객 눈에 비친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이 그들의 삶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 반면에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이자 폐쇄사회에서 여행객은 그들(북한정권)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한적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폐쇄사회의 진정한 삶의 모습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구소련의 반체제 인사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1962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출판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1961년까지 나는 내 평생 내가 쓴 단 한 줄의 글도 인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신했을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알려질까 봐 두려워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내가 쓴 글을 보여주지 않았다."

솔제니친의 글이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굴라그 노동수용소의 참상을 폭로한 소설을 소련에서 출간했다는 것과 그 내용이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험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폐쇄적 독재국가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북한사회에 대해 막연한 생각과 지식을 갖게 된 배경도 이런 탓이 아닐까. 북한주민들의 일상적 삶을 접할 수 없다 보니 선전 선동으로 제공된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판 솔제니친으로 불리는 작가 '반디'가 시집 '꿈'을 낸다는 소식은 큰 뉴스거리이어야 한다. 반디는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회원이었던 60대 작가로 현재도 북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북한의 일상을 체제와 연결시켜 비판적인 시어로 담아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 같다. 2014년 반디가 소설 '고발'을 출간할 때도 그랬다. 영어로 번역된 '고발'이 미국 CNN, 영국 더타임즈 등 세계적 언론과 전 세계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게 되자 겨우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그 많던 인권운동가, 평화주의자, 민족주의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반디의 꿈은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그저 '꿈'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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