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유엔 제재와 한숨 쉬는 옌볜

입력 2017-10-17 00:05:01

동국대(학사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발표

북중 1,350㎞ 국경 경제 타격

옌볜 관광업계는 벌써 영향

외국인 동향 민감 검문검색

엊그제 제10회 두만강포럼 참석차 옌지(延吉)시를 다녀왔다. 옌지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이자, 옌볜대학이 있는 곳이다. 옌볜대학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한'중'일'러 등의 학자 150여 명이 참석해 한반도 문제, 동북아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한 대규모 행사였다. 과거 이 포럼에 북한 학자들의 참석이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한반도 정세 긴장으로 오지 못해 아쉬움도 컸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유엔 제재 2375호가 작동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에 대한 북중 국경지대 주민들의 생각과 태도였다. 직접 주민들을 대면할 기회는 없었지만, 포럼에서 만난 현지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경지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걱정은 대북 제재가 북한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 동북지방에도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북한과의 국경 1천350㎞를 맞대고 있는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 경제에 주는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주류였다. 수산물 수입업자, 공산품 수출업자 등 대북 무역에 투자한 사업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언급도 많았다. 옌볜대 교수들은 동북지방, 특히 북중 국경지역 경제 위축에 대한 걱정과 함께 옌볜 지역 경기 위축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이 제재를 지속할 경우, 특히 대북 수출입 육상 물동량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단둥(丹東) 등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컸다.

물론 지금 당장은 제재에 따른 국경지역 경제가 휘청거리진 않을 것 같다. 새벽에 매일 열리는 옌지시 강변 노상 전통시장에서 북한산 황태가 진열된 매대를 봤다. 상인의 말로는 제재 이전에 북한에서 들여온 물건이어서 제재와는 무관한 상품이라고 했다. 상인들에게 아직은 제재가 피부로 와 닿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상인들은 시름 가득한 표정들이었다. 조만간 북한산 황태 수입이 어려워지면 장사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포럼 참가 학자들은 유엔 제재로 당장 옌볜 지역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옌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북한 관광은 함경북도 나진을 돌아보고 오는 일일 관광코스란다. 인기의 배경은 나진이 옌지시에서 수십㎞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다,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사 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랴오닝성 다롄항을 제외하고는 바다가 없는 동북지방의 특성상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나진 관광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따라 관광객 모집도 어려워지고, 옌지 시민이 북한 관광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제재에 대응하는 국경지역 양국 주민의 행동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양국 국경 1천350㎞는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 한 번 더 가야 하는 실로 엄청난 거리의 국경이다. 이 국경을 흐르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소규모 밀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두만강 중상류 지역은 강폭이 워낙 좁아 야밤에 물에 잘 뜨는 스티로폼 상자에 물품을 실어 띄우면 반대편에서 갈고리를 걸어 건져내는 방식으로 물물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밀무역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중국 당국이 통제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국경지대에서 중국 공안이 한국인, 미국인 등의 국경 관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들이 중국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러 온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는 국경 주변 돌아다닐 수 없고, 툭하면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벌써 옌볜 지역은 가을의 절정,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다다르고 있다. 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옌볜 주민들은 대북 유엔 제재의 한파를 걱정하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하기 위한 제재 국면에서 북중 국경지대 주민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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