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정 끝난 뒤 분양…참여정부 때 추진하다 무산
정부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하다 무산된 후분양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하면서 주택건설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소비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실시공 예방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후분양제 도입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건설사 부담 급증과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출범 이후 지난 5개월간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잇달아 발표한 문재인 정부가 이번 후분양제 도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분양제가 뭐길래
지난 1977년 도입한 현행 선분양제는 건설 사업자가 아파트 등의 주택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후분양제는 주택건설 공정이 거의 끝난 후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4년 참여정부가 추진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아파트 후분양제가 갑자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이달 12, 13일 열린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를 통해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공공 부문의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내용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후분양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후분양제 도입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법 발의와 정부 연구용역 조사도 잇따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 초'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말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간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해왔던 정동영 의원은 12일 국감에서 "3천만원짜리 승용차를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해보고 구입하는데 주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계약부터 한다"며 "주택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루고 무산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적폐"라고 주장했다.
◆거세지는 찬반 논란
이 같은 후분양제 도입은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으며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후분양제 찬성론자들은 부실시공을 예방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에 주목한다.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이 아닌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 향, 구조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분양'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택건설 시장에서는 강력한 투기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 그간 선분양제하에서는 실수요보다 투기 목적이 주를 이루는 분양권 전매가 잇따라 부동산 과열 양상을 부추겨 왔다. 이에 반해 후분양제하에서는 분양권 개념이 없다. 투기 수요 유입을 줄일 수 있고, 주택 가격 변동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들은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달아 도입한 가운데 후분양제까지 시행할 경우 주택건설 경기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분양제하에서 공사비는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반면 후분양제하에서는 완공 때까지 건설사 스스로 모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중간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천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연평균 35조4천억∼47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자비용 등이 분양가에 전가돼 선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3.0∼7.8%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2년여에 걸쳐 나눠 분담하던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조달해야 하는 등 목돈 마련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의 신용이 낮을 경우 대출 이자도 높아지는 등 주택 마련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 어떻게 도입하나?
현재 국토부는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대전제 아래 LH와 협의를 거듭하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인 정책 시행 시기와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민간택지에 대한 후분양 적용은 시기상조로 다양한 인센티브 등 후분양 환경 조성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공공 부문인 LH에서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하면서 민간에서는 후분양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투트랙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앞서 참여정부 때에는 LH가 시범지구를 지정해 후분양을 시행했고, 민간 후분양을 유도하기 위해 후분양 조건부로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 등 기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후분양을 의무화할 경우 소비자 혼란과 건설사 부담으로 주택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후분양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분양과 후분양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부터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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