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규 봉화해성병원 이사장 "부친 뜻따라 지역사회에 조용히 베풀어야죠"

입력 2017-10-16 00:05:00

31세에 의료제품취급업체 창업, 생명존중·효 중심 병원 경영

영양군 청기면 산골짝에서 태어나 자란 권성규(57) 봉화해성병원 이사장은 가난한 농부 아들에서 지역 의료업계 큰 손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1세에 종합의료 관련 제품 취급 업체를 창업한 그는 일평생 열심히 달리며 주변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 이런 인품 덕에 지난 2011년 봉화에서 가장 큰 지역병원인 해성병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권 이사장의 성공에는 부친인 권오순(78) 씨의 가르침이 밑거름이 됐다. 당시 대부분 농촌 가정이 그렇듯 권 이사장 집안 형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와중에도 부친은 자식을 교육하려고 논밭을 몽땅 팔아서 안동으로 유학을 보냈다. 권 이사장이 11세 때다.

영양 청복초등학교에서 안동 서부초등학교로 전학 온 권 이사장을 위해 부모는 영양에서 밭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그 탓에 형편은 계속 어려웠다. 권 이사장은 "어려운 집에서 보리밥 먹을 때 그럴 형편도 못 돼 밀을 눌러 붙여 만든 안맥(밀 밥)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저녁에는 콩국수를 먹으며 초등학교에 다녔다"면서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자식 공부를 시키겠다는 부모님 열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부친 지원 덕에 권 이사장 삶 속에 게으름이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었다. 그의 꿈은 45세 이전에 50억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권 이사장은 25세의 어린 나이에 무작정 서울로 사업 아이디어를 찾으러 떠났다. 권 이사장은 "무슨 사업을 할지 서울로 올라가 며칠 동안 찾아보다 당시 종로3가에 밀집한 의료기기 판매점을 봤다"며 "안동으로 내려와 동일 업종을 찾아보니 2곳이 있었고 한 곳을 찾아가 무보수라도 좋으니 일을 배우고 싶다고 졸라 경험을 쌓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1991년 3월 1일 권 이사장은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지 6년여 만에 의료 관련 제품 종합 취급업체인 규보의료기(현 주식회사 응부의료기)를 창업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였지만, 그는 사업 초기부터 주변 사람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권 이사장은 "이웃주민이 백혈병을 앓고 있어 모금 행사를 했는데 아버지가 당시 돈 5만원을 선뜻 내어놓으셨다. 없는 형편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랬더니 아버지가 '남을 도울 때 형편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평생 돕지 못한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남과 나누는 것이 옳은 도움의 길이다'고 말씀하셨다. 그 가르침이 평생 지침이 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안동과학대 학생 실습용 의료기기 무료 지원, 고향 영양에 전동스쿠터 전달, 장애인체육회 차량 지원, 라이온스클럽 봉사활동,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도위원, 범죄예방위원, 경찰발전위원 등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권 이사장의 나눔 정신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 철학에서도 드러난다. 지역병원 특성상 응급실을 운영하면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지만, 돈보다는 생명이 우선이라는 생명 중심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권 이사장은 "해성병원을 대한민국 군지역 병원 중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 병원으로 만들어 직원도 최상 대우를 받게 하겠다"며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부친 가르침에 따라 앞으로도 조용한 지원자로서 지역사회에 베풀며 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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