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올리브의 도시' 이탈리아 토스카나…성벽길 사이로 여유를 맛보다

입력 2017-10-12 00:05:00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진정한 전원적인 이탈리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부드러운 곡선의 낮은 구릉 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줄이 서 있고, 올리브와 포도밭이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토스카나이다. 그 한가운데 외로이 솟아오른 언덕에는 중세 성벽도시들이 위용을 뽐낸다. 이곳은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림 같은 풍경과 역사 유적들은 많은 여행자들을 토스카나로 이끈다. 토스카나가 얼마나 진정한 이탈리아다운 면모를 보이는가는 현대 이탈리아어가 로마의 언어를 표준으로 삼지 않고, 토스카나의 언어를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토스카나의 가을은 찬란하고 감미롭다.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고 나른하다. 투명한 파란 하늘 아래 가을 풍경이 익어간다. 더욱이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대표 와인들의 산지이기도 해 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최고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혹자는 토스카나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활기 넘치는 와인 산지라고 평하기도 했다. 또 동화 '피노키오'의 고향이자 대리석과 올리브의 산지이기도 하다.최근 이탈리아는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베네치아 주민들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정도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대도시보다는 토스카나의 소도시들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관광'과 '힐링', 그리고 '식도락'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쇠락해가는 성벽도시, 체르탈도[사진설명 : 피렌체 남서쪽 35㎞ 거리에 위치한 체르탈도(Certaldo)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성벽으로 둘러싼 마을이다보니 생활이 불편해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노쇠한 기운이 느껴지는 도시다. 10월의 찬란한 가을날, 체르탈도의 노인들이 한가롭게 골목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체르탈도(Certaldo)는 피렌체 남서쪽 35㎞ 거리에 있다. 12세기에 생겨난 이곳은 언덕 꼭대기의 성벽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거나 푸니쿨라(기차)를 타고 올라가 볼 수 있다.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노쇠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 마을에는 우리나라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노인들만 남아 있다고 한다. 높은 성벽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젊은이들이 없는 탓이다. 골목길에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고, 고작 해야 10여 명 남짓의 관광객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뿐이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의 인파에 떠밀려 다니던 낯선 이방의 여행객에게는 간만에 맛보는 고요함이 반갑기만 하다.[사진설명 : 체르탈도의 골목길 풍경.]체르탈도는 데카메론의 저자인 조반니 보카치오의 고향이기도 하다. 보카치오는 단테, 페트라르카와 함께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문학가다. 그의 대표작인 '데카메론'(Decameron)은 근대소설의 효시이며, 이탈리아어 문학 수준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받는다. 체르탈도에서는 보카치오가 쓴 책들을 실제로 볼 수 있고 그가 태어난 곳이자 마지막 숨을 거둔 생가가 있기에 그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래서 이 마을의 중심가는 '보카치오 거리'라 불린다.◆이탈리아인이 노년을 보내고 싶어하는 도시, 산 지미냐노[사진설명 : '탑의 도시'라 불리는 산 지미냐노.]체르탈도가 고요한 시골의 모습이라면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는 그에 비해 좀 더 '관광지'다운 면모가 풍긴다. 체르탈도에서 차량으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이탈리아인이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도시이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산 지미냐노는 북부 유럽에서 로마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이 반드시 들르는 중간 기착지로 12, 13세기 중세시대에 번영을 누렸다. 당시 마을의 귀족 가문들이 부의 상징물로 앞다퉈 탑집을 세웠다. 외부에서 내부를 짐작할 수 없게 창문을 없앤 탑집은 귀족의 집이자 요새였다. 2㎢ 남짓한 시가지에 세워진 탑집이 70여 개가 넘다 보니 '중세 맨해튼'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1348년 페스트로 인해 마을은 발전을 멈췄다.현재는 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14개의 탑집이 남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중 시청사 꼭대기에 있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탑인 토레 그로사(Torre Grossa)는 14개의 탑 중 유일하게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54m에 이르는 탑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보는 산 지미냐노의 목가적인 풍경은 마음마저 평화롭게 가라앉힌다.산 지미냐노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와인'이다. 평야는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땅은 산지와 구릉 지대로 이뤄진 토스카나의 지형을 산 지미냐노도 그대로 본뜨고 있는데, 도시 주변이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탈리아의 보르도(프랑스 와인 생산지)로 통하는 베르나챠(vernaccia)로 빚은 화이트 와인을 맛볼 수 있다.[사진설명 : 산 지미냐노의 명물인 돈돌리 젤라토.]산 지미냐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또 하나가 젤라토다. 마을의 중심인 치스테르나 광장에 위치해 있는 젤라떼리아 돈돌리(Gelateria Dondoli)에서는 젤라토의 명인 세르지오가 만든 최고의 젤라토를 맛볼 수 있다. 세르지오는 아이스크림 세계 챔피언에 두 번이나 오른 이탈리아 팀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고 한다. 혹자는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칭하기도 했다.[사진설명 : 해질녘 석양을 받아 붉게 빛나는 산 지미냐노의 건물들.]만약 산 지미냐노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늦은 오후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마을의 서쪽 언덕에 자리한 몬테스타폴리 요새에서 감상하는 석양은 가히 지상 최고의 풍경이라 할 만하다. 고풍스러운 성벽 위에서 토스카나의 전원 풍경 사이로 붉은 노을이 번져나가고 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와도 같다.◆레드 와인의 성지, 몬테풀치아노와 몬탈치노[사진설명 : 와인의 성지로 불리는 토스카나의 소도시 몬테풀치아노의 전경.]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시에나에서 남동쪽 70㎞, 로마에서 186㎞ 거리에 있는 작은 성벽도시로 인구는 1만5천 명에 불과하다. 식품과 음료를 생산하는 주요 생산지로 돼지고기, 치즈, '피치' 파스타, 렌즈콩과 꿀이 유명하며 특히 이곳의 와인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발도르챠 지역의 언덕 위(해발 605m)에 위치하고 있는 몬테풀치아노는 중세시대 토스카나의 피렌체 공화국과 시에나 공화국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그치지 않던 곳이다. '포르타 알 프라토'라는 이름의 성문을 지나 고풍스러운 골목길로 들어서면 곳곳에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와인과 살라미, 치즈 등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사진설명 : 몬테풀치아노 피아자 그란데에 위치한 산 프란체스코 성당.]이후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구시가지 광장인 피아자 그란데에 다다른다.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로 둘러싸인 그란데 광장은 2009년 개봉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뉴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사진설명 : 역시 와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몬탈치노.]몬테풀치아노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몬탈치노 역시 유명한 와인의 성지다. 인구 5천 명의 작은 도시에 무려 2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각자 이름을 내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 이곳은 와인과 함께 중세시대 고품질의 신발과 가죽 제품들로 유명세를 떨친 곳으로 여전히 다양한 가죽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사진설명 : 로마시대부터 유황온천으로 이용돼 온 바뇨비뇨니. 몬테풀치아노와 몬탈치노 사이에 있다.]몬테풀치아노에서 몬탈치노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바뇨비뇨니(Bagno Vignoni)라는 유황온천이 흐르는 작은 마을도 만나 볼 수 있다. 바뇨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목욕, 목욕탕, 목욕물을 의미한다. 잠시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인 곳이다. 로마시대부터 이용된 곳으로 알려진 바뇨비뇨니의 온천수는 중세 많은 예술가와 성직자의 휴양지로 사랑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52℃의 온천수가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욕장은 눈으로만 즐길 수 있지만, 유황온천물이 흐르는 작은 개천이 있어 피로에 지친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길 수 있다.[TIP]1. 토스카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차량을 렌트하는 것이 편리하다. 외국에서의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는 이탈리아 소도시 투어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 피렌체를 출발해 하루 코스로 소도시 투어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2. 토스카나 지방에서는 '아그리투리스모'라는 특별한 숙박 형태가 있다. 이탈리아어 '아그리콜투라'(농업'Agricoltura)와 '투리스모'(관광'Turismo)를 합성한 말로, 농가 민박 체험을 일컫는다. 소박한 농가부터 고급 빌라까지 다양해 취향과 예산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앱(www.agriturismo.it)을 사용하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3. 토스카나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로 3~5월, 9~11월까지 정도다. 여름은 너무 뜨거워 견디기 힘들 정도다. 더구나 봄 가을에는 여행에 적당한 기온과 맑은 하늘이 반짝이는 풍경을 선사한다. 1, 2월에는 토스카나 주변의 많은 숙소와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4. 토스카나를 여행하기 전 필 도란의 책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다이안 레인 주연의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등을 미리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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