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수반, 독립선언절차 중단 제안…"스페인과 대화 용의"

입력 2017-10-11 17:04:12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 중앙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 절차의 잠정중단을 의회에 제안했다.

카탈루냐가 강경하게 분리독립 불가를 고수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일단 후퇴'를 선언한 뒤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자치의회 연설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나는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선언 요건이 충족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는 43%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90.18%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자치정부가 공식 집계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애초에 주민투표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어 카탈루냐와 스페인 간의 갈등 해소와 관계 재정립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의회에 독립 선언 절차를 몇 주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관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카탈루냐 갈등의 해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스페인을 상대로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미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단지 투표를 원했다"면서 "모든 이들이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갈등은 평화롭게 합의의 방식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지데몬 수반의 이런 연설 내용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국이 될 자격을 얻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대신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이날 연설에서 푸지데몬 수반이 대내외에 카탈루냐의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주말 사이 상징적 수준에서 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카탈루냐가 스페인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푸지데몬 수반이 지난주 초까지 '분리독립 찬성 의견이 승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을 고려하면 스페인에 대한 일종의 '투항'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할 경우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 몰수와 지방정부 해산 등 초강경책을 쓸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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