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메리 크리스마스
매복에서 돌아와 모두 기가 팍 죽어있다.
분대원들은 서로 말이 없다. 슬슬 내 눈치만 살핀다. 소대장은 미안하면 자숙이라도 좀 하지 소대원들에게 성질만 부려댄다.
'똥 뀐 놈이 성낸다더니 ... , 나 참 더러워서.'
중대 전령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내일 성탄절이라고 교인들은 오늘 대대에 집결하여 내일 연대 교회로 간다는 것이다. 성탄을 맞이하여 그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구세주의 탄생으로 내 안에 평화를 주시고, 또한 이 전쟁에서 나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서둘러 샤워를 하고 A급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중대본부로 갔다. 그런데 이것들 봐라. 다시 돌아가란다. CP녀석들이 미리 신자파악을 해서 연대에 보고하지 않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와! 이 새끼들까지 사람 약 올리네.'
더운 날씨에 열 받으니 꼭지가 팽 돈다. 요사이 왜 이리 풀리는 게 없 는 지. 분대 벙커로 돌아와 분대원들을 집합 시켰다.
"야! 이 새끼들아! 살아서 돌아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 어제 상황 알아 몰라? 이 새끼들아. 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어. 알아?"
민 경래 상병과 천 기성 일병에게 화풀이를 했다.
"너희 두 놈 이리와!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으면 내가 너희 두 놈 그 자리에서 긁어 버렸을 거야, 알아? 이 새끼들아! 내가 뭐라고 했어? 적을 발견하면 몸을 은폐하여 동태를 살피든가, 상황이 급박하면 그대로 갈겨 버리라고 했잖아. 뭐? 온다! 온다! 소리 지르며 뛰어 들어와? 전우들 다 죽이려고? 내가 몇 번 이야기 했어? 살아서 부모한테 돌아가고 싶거든 똑바로 해! 알았어?"
두 놈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날렸다. 그러면서 소대장 귀에 들어가도록 일부러 악을 박박 썼다. 물론 소대장이야 듣든 말든 고함을 질러댔다.
몇 대 때리고 보니 이놈들이 무슨 죄가 있나 싶기도 하다. 잘난 체 하는 소대장이 죄지. 분대원들을 해산 시키고 개인호로 가서 담배 한 개비 빼어 물었다. 후송 간 김 하사가 원망스럽다. 분대장만 있어서도 내가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오자마자 말라리아가 뭐냐 말이야.
갑자기 슈와가 보고 싶었다. 몰래 빠져나와 떵하이 마을로 향했다. 예의 슈와는 수줍은 미소로 철모를 받아준다. 집안은 조용했다. 하얗게 웃는 슈와를 보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버린다. 며칠 너무 긴장했던 탓인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침대 맡에 총을 세워두고 와락 슈와를 끌어안고 입술을 탐닉했다. 불이 당겨지자 맥박의 박동 수가 빨라진다. 슈와의 속옷을 아무렇게나 벗겨 던졌다. 하체를 격렬히 움직이며 슈와를 밀어붙였다. 억제할 수 없는 충동. 수류탄을 까들고 놈들의 참호에 돌격해 들어갈 때와 같은 느낌이다. 대나무 침대 소리가 요란하다. 몸은 부풀대로 부풀었고 모든 신경은 몸의 중심부로 몰렸다.
"우당탕! 꽥!"
침대서 반사적으로 튕겨 나와 총을 잡았다. 집안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돼지 한 마리가 냄비를 뒤엎어놓고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어이가 없다. 당황한 슈와가 쪼그리고 앉아 떨고 있다. 슈와를 살포시 안아 일으켰다. 팽팽하던 몸의 모든 신경이 고무줄 끊기 듯 일시에 풀려버렸다. 팬티를 걸치고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슈와가 조용히 다가와 뒤에서 나를 감싸 안고 흐느낀다. 담배를 끄고 슈와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정성을 다해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애무했다. 입술과 혀로 그녀의 가슴과 목덜미를 가볍게 애무했다. 슈와는 다시 나를 부드럽게 몸속으로 받아들인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혀를 내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슈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라 숨이 더욱 가빠진다.
"흡! 흡!"
목젖이 막힌다. 그리고 무중력의 진공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몇 번의 떨림과 관자놀이를 죄어오는 느낌 끝에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바라지 창 너머에는 열대 한낮의 열기가 야자수 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벙커로 돌아와 누웠다. 일시에 피로가 확 덮치고 몸이 노곤해 진다.
"김 병장님, 일어나십시오. 크리스마스 파티는 해야죠."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민 상병이 깨운다. 엊저녁 뜬눈으로 새우고, 슈와한테 갔다 오는 바람에 눈 붙일 여가가 없었다. 잠이 올만도 했을 거다. 자는 동안 분대원들이 미트볼과 소시지로 찌개를 끓여 술상을 봐뒀다.
"그래, 한 잔하자."
분대장도 없는 우리 분대원들, 왕고참인 내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 주겠나.
"메리 크리스마스! 무사귀국을 위하여. 건배!"
연거푸 캔 뚜껑이 터지고 럼주잔도 돌고 돈다. 좀 전에 쥐어 박힌 민 상병과 천 일병이 와서 죄송하다며 술을 따른다. 모두 다 털어버리고 어쨌든 살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매사 긴장을 풀지 말고 정신 줄 놓지 말라고 다독거렸다. 그렇게 전사가 되어가는 것이겠지. 몇 잔을 마시지 않았는데 취기가 확 오른다. 슬슬 분위기도 달아오른다. 어느덧 노래 소리도 높아지고 춤판이 벌어진다. 철모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출동! 22시까지 헬기 탑승 완료할 것. 이상!"
"씨부랄!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슨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야?"
"아니! 오늘 같은 날에도 출동이야?"
한참 신나게 돌아가는 판에 생각지도 않은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투덜거리면서 군장을 꾸려 헬기장으로 내닫는다. 술을 과하게 한다 싶더니 박 동식 병장이 갈지자로 뛴다. 모두 음주출동이니 걱정이다.
탑승완료하자 헬기는 급히 날아오른다. 비록 헬기에 몸은 실었지만 어디로 날아가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방천지가 깜깜한 밤. 도무지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얼마나 날았을까? 서서히 하강하더니 뛰어내리라고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아래 상황이 어떤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는데 무조건 뛰어내리라니 ... , 짜쓱들. 모두 내 눈치만 살핀다.
내가 먼저 뛰어내렸다. 그저 지상 1, 2m 정도겠지 하고 점프했는데 한참 내려간다. 이게 뭐야 하는데 '풍덩' 한다. 이런! 논바닥이라 다행이다. 뒤이어 '풍덩' '풍덩' 줄줄이 떨어진다. 술이 확 깬다. 모두 산개하여 경계하라는 임무다. 아마 타 부대 작전을 지원하며 도주로를 차단하는 임무인 것 같다. 절도 모르고 시주한다더니 무슨 작전인지,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적인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경계만 하고 있다.
하긴 우리가 이 전쟁터에서 적이 누구이고, 공격목표가 무엇인지, 지켜야할 것이 어디인지 알고 치른 적이 있나? 그저 총 든 놈은 적이고, 총알 날아오는 쪽으로 갈겨댈 따름이다. 그야말로 안 죽기 위해 치르는 전쟁이다. 옆 사람이 코를 베어가도 모를 밤. 무논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날이 밝을 때까지 블로킹을 한 것이다.
"니기미! 씨부랄 놈의 크리스마스이브? 잘 해 봐라!"
이렇게 메리 크리스마스는 분대원들이 몰살당할 위기를 넘기고, 잠도 못 자고, 블로킹 작전으로 날이 새 버렸다.
41, 새해 대 혈전
신년 들어서면서 전개될 사단작전은 계속 내리는 비로 무기연기 되었다. 대신 우리는 대대장의 전매특허인 매복 작전으로 전환 했다. 이제 귀국도 3개월 밖에 남짓 남았는데, 이번 작전을 마치면 최 봉석 병장과 나는 귀국 열외가 된다. 우리소대 새해 첫 매복지점은 역시 째째산이다.
매복 둘째 날. 저녁 8시경, 3분대 쪽에서 크레모어 폭음이 연달아 들린다. 그와 동시에 3분대장 최 화규 하사가 공포에 찬 목소리로 다급히 호출한다. 대병력의 적이라며 지원요청을 한다. 우리는 매복지에 신속히 크레모어를 걷어서 3분대 쪽으로 이동했다. 최 하사가 겁에 질릴 만도 했다. 놈들의 병력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적이 전면에 진을 치고 있다.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대혈투의 서막이 올랐다. 월맹군 18연대 8대대 정규군들이 대거 들이닥친 것이다. 놈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것 같다. 중화기와 로켓포가 계속 날아온다. 이렇게 대병력이 공격해 올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매복 나온 우리는 고작 크레모어, 수류탄, 유탄발사기와 개인화기뿐이다. 화력 면에서 중화기와 개인화기, 전력 면에서는 대대병력과 소대병력의 전투다. 게임이 안 된다. 자칫하면 전멸위기에 놓인다.
신속히 포 지원을 요청했다. 61포대의 105mm포, OP의 4.2인치 포와
81mm 박격포, 누에고지의 60mm 박격포까지 지원을 받았다. 정글 속에서 피아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하늘엔 조명이 대낮처럼 밝혀준다. 쌍방 간에 난무하는 총탄 속에 죽기로 싸우고 있다. 놈들의 중화기와 로켓포 탄이 끊이질 않고 날아와 터진다. 총탄이 귓전을 스치며 지나간다. 모두 상대방의 총구 불빛만 보고 갈겨대고 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쏘아대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무아지경의 총격전. 살아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말라리아로 입원했던 김 성하 분대장. 퇴원하자마자 처음 겪어보는 실전에 정신이 나갔는지 총을 쥔 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61포대의 집중포격으로 놈들이 잠시 주춤하더니 하나 둘 뒤로 빠지는 것 같다. 추격은 금물이다. 때를 놓치지 않고 좌표를 불러주며 포격을 유도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뒤로 도망치는 놈들을 향해 계속 무차별 사격을 했다.
2분대 손 대홍 병장이 전사했단다. 이어 3분대 여 홍도 병장이 가슴 관통상이란다. 더 이상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 ,
사격을 중지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소대원들 눈에서 불빛이 흐르고, 땀에 젖은 모습은 악귀를 연상케 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대장이 상황보고를 한다.
'소대장, 오줌 안 쌌는지 모르겠다.'
놈들이 모두 퇴각해버렸는지 전방이 조용하다. 이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경계하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조명이 밤하늘을 계속 밝히고 있다.
61포대에서는 째째산 북사면과 송콩강 쪽으로 간간이 포를 집어넣고 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다시 볼 수 있음에 깊은 감사의 기도를 했다.
상황처리에 나섰다.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온 산은 조명낙하산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30여명의 소대 병력이 월맹 정규군 1개 대대와의 전면전을 벌이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난 8월과 10월의 9대대와의 전투에 비해 이렇게 격렬하게 싸워보기는 처음이다.
최근 들어 놈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잦다. 얼마 남지 않은 월남생활이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구석구석 수색하여 사살된 놈들의 시체와 무기, 장비 등을 한곳에 모았다. 적의 시체는 장교를 포함해 모두 43구다. 모두 대대장이 보낸 APC에 실려 보냈다.
전사한 손 병장의 유해와 가슴 관통상을 입은 여 병장은 헬기편으로 후송시켰다. 여 홍도 병장은 대구 근교 반야월 출신이라 각별히 다독거려 주었는데, 중상이라 본국으로 후송될 것 같다. 각자 화기 점검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피와 땀을 씻지도 못한 채 C-레이션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쾅! 쾅! 콰쾅!"
미처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건너편 누에고지가 폭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엔 누에고지가 놈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똥포 삼거리와 19번 도로의 수송차량들이 기습공격을 받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누에고지는 화염에 뒤덮여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18연대 9대대의 총공격이다.
이들은 아마 우리의 사단작전 정보를 입수해 그 틈을 노려 18연대 8대대와 9대대가 누에고지를 협공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밤 8대대가 우리소대에 걸려 큰 피해를 입은 후 퇴각해버리고, 9대대 단독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참 답답하다. 상급부대에서는 왜 이들의 공격 정보를 입수 못했을까?
신속히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동했다. 100고지 하단부에는 이미 3중대가 출동하여 반격하고 있다. 벌써 적잖이 피해를 입은 모양이다. 적십자 헬기가 연신 왕복한다. 우리는 누에고지와 100고지 사이의 개활지에서 물과 실탄을 보급 받았다. 소대는 전열을 가다듬고 착잡한 기분으로 진격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놈들의 본대는 이미 빠졌을 터이다. 틀림없이 저번처럼 특공대들만 남아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저항할 것이다. 지금 만약 섣불리 치고 들어가면 아군의 희생은 불 보듯 뻔하다. 이 시각 현재 3중대가 당하고 있는 것은 놈들의 작전을 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규모의 정규군 공격이 최근만 해도 몇 번째인가? 무언가 전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번엔 아군의 반격도 심상찮다.
미군 정찰기 L-19이 상공을 선회하다가 적이 있는 곳에 WP 탄을 투하하면 곧바로 펜텀기의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네이팜탄으로 공격을 한다. 땅거죽이 들썩거리고 불기둥이 높이 솟아오른다. 기총소사의 연속음이 귀청을 찢는다. 얼마나 퍼붓는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끔직하다. 마치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윽고 펜텀기의 늠름한 모습이 하늘 끝으로 사라진다. 이젠 무장헬기의 공격이다. 무장헬기의 로켓포와 캐리버 50의 불줄기가 적진에 쏟아진다.
61포대의 105mm포는 지칠 줄 모르고 날아와 작열한다. 4대의 APC(장갑차)도 중화기의 화력을 계속 집어넣고 있다. 언제까지나 아군의 공격을 지켜보고만 있으면 좋으련만 ... ,
무장헬기와 APC의 공격도 어느 듯 끝났다. 지난밤 대접전으로 눈 한 번 붙여보지 못해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그러나 적을 눈앞에 둔 전우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번들거리는 눈빛이 무섭기만 하다. 곳곳에서 치솟던 네이팜탄의 불기둥도 사라지고 포병의 지원도 멈추었다.
이젠 우리 차례다. 모두 담담하게 명령을 기다린다. 우리분대는 김 성하 분대장과 최 봉석 병장, 민 경래 상병, 천 기성 일병이 한 조가 되고, 나와 박 동식 병장, 유 성종 상병, 서 영조 일병이 한 조가 되어 각개전투를 하기로 했다.
드디어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분대장조가 약진하면 우리조가 엄호사격을 하고, 우리조가 약진하면 분대장조가 엄호사격을 하면서 교대로 진격을 했다. 공격을 시작한 지 채 10분도 안 돼 우리 우측에서 공격하던 3분대장 최 화규 하사가 길게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일단 공격을 중단하고 최 하사를 구출해 뒤로 철수했다.
최 하사는 나와 파월동기로 얼마 전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하고 곧 진급도 될 예정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귀국 때까지 꼭 살아서 돌아가자고 그토록 다짐했는데 ... , 쿨럭쿨럭 피를 쏟고 있는 최 하사를 보니 자꾸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제 그는 가버렸다. 그러나 나 역시도 누구를 동정할 처지는 못 된다.
지금 우리 모두는 최 하사와 똑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적을 제압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임무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강한 집념은 뇌리에 박혀 있으나 안타깝게도 사지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잠시 공격이 중단되고 다시 무장헬기와 APC의 공격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놈들의 저항은 대단하다. 우리 중화기에 맞서 똑같이 중화기를 퍼붓고 있다. 한 치의 틈도 없어 보인다. APC 한 대가 놈들의 로켓포에 반파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다른 APC들은 공격을 멈추고 그들을 구해 철수해 버렸다. 놈들은 정규군 특공대답게 개인호를 구축하고 중화기와 개인화기로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우리가 공격해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만약 저들을 제압하려면 적잖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소대 병력 모두의 피를 바쳐도 놈들의 방어선을 뚫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3중대가 많은 피해를 입고 철수한 곳이 바로 여기다.
42, 마지막 일전
61포대의 포격과 무장헬기와 APC 공격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놈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방어하는 입장이며, 무엇보다 개활지가 많아 정확한 조준사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유리한 점이고, 아군이 몇 번 공격을 시도하다가 철수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10월의 전투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겠다. 대대장의 공격명령이 무전기를 통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댄다. 어떻게 하든지 적을 제압하라는 것이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무조건 다그치고 있다. 어제 밤 혼 줄이 빠진 소대장은 그냥 망설이는 듯하다.
'좆도! 도대체 어쩌라고.'
지금 들어가면 모조리 죽는다. 뻔히 알면서도 부하들을 사지로 밀어 넣겠다는 거야 뭐야! 우리가 소모품이야? 자기는 안전한 만두고지에서 성능 좋은 포대경으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으면서 ... , 우리에게는 진격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씨팔 놈! 부하들을 장기판에 졸 부리듯 하나? 니기미! 좋다! 기왕 죽을 몸 아닌가!'
계속 공격하라고 고함지르는 대대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쇠뭉치(송수화기)를 무전병한테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만두고지 쪽을 향해 보면서 소리 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죽으러 들어가라면 간다! 간다고~~! 그래도 앞이나 좀 보고 명령 내려라. 이 씨팔 놈아!"
"여기는 500, 귀소 누구야?"
"야! 이 개새끼야! 나 2중대 3소대 김 영곤 병장이다. 그래, 곧 뒈질 놈이다. 왜? 부하들 뒈지는 게 그리 소원이라면 들어간다고! 좆도 죽어 준다고! 에라이 씨팔 놈아! 좆이나 빨아라!"
쑥떡을 먹이고도 분이 안 풀렸다. 그리고 무전기를 꺼버렸다. 대대장 놈의 새끼 열 딱지 좀 받았을 거다. 실컷 퍼붓고 나니 마음이 좀 진정된다. 어차피 오늘 이 자리가 바로 내가 누울 자리라는 예감이 든다.
'이렇게 된 거 사내답게 받아들이자'
내가 대대장에게 욕을 퍼붓는 동안 입만 뻐끔히 벌리고 있던 소대장이 소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어제 밤과 오늘 몇 명의 부하를 잃은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남은 소대원은 24, 5명 정도.
우리 1분대가 선두에서 공격하기로 했다. 육군 병장이 봐도 지금 들어가면 모두 죽는다. 분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땅만 보고 있다. 이제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임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첫 전투에 임하는 우리 분대장. 김 성하 하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다.
"자! 가자! 죽어도 비굴하게 죽지 말자. 운명은 하늘에 맡기자. 파이팅!"
기가 질려 있는 분대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앞장섰다. 나 역시 두렵다. 비참하기만 하다. 그러나 고참은 고참으로서 고참답게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공격은 전과 같이 2개조로 나누어 하기로 했다. 우리분대는 서로 엄호하며 논을 가로 질러 개활지의 소 정글을 은폐 삼아 약진을 했다. 확 트인 앞은 간간이 소 정글 무더기만 있을 뿐, 무엇을 은폐 삼아 진격할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분대장조가 약진했다. 엄호사격을 하면서 모두 무사히 약진한 것을 확인 후,
"앞으로!"
하고 막 뛰어 나가려는데 놈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엎드려!"
고함을 지르며 엎드리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맨 우측에서 진격하던 박 동식 병장이 머리 뒤로 피가 튀면서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것이 보였다.
"박 병장! 박 병장!"
소리쳐 불렀으나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눈앞이 캄캄하다. 전방과 좌우에서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온다. 주위에 흙먼지가 뽀얗게 인다. 앞으로 나간 분대장조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침 앞에 바위가 있어 그것을 은폐 삼아 전방을 향해 계속 총을 쏘며, 분대원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다.
"김 병장님 ... , 살려 주십시오!"
내 우측에서 약진하던 서 영조 일병이 쓰러져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구조를 요청한다. 복부와 가슴 쪽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한다.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로 다시 나를 부른다.
서 일병을 구하려고 몸을 움직이자 총탄이 마구 날아온다. 이 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서 일병을 구해야 하는데, 놈들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는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 다시 시도 했으나 놈들의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온다. 놈들의 집중사격이 바위에 맞아 튕겨 나간다. 좌측에서 약진하던 유 상병이 보이지 않는다.
"유 상병!"
하고 부르는데 무엇이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충격이 왔다.
'아마 포탄이 터지면서 날아온 돌이겠지.' 하며 다시 유 상병을 부르고 있는데, 2시 방향에서 수류탄 하나가 굴러오고 있다. 급히 몸을 왼쪽으로 굴러 엎드렸다.
"쾅!"
다시 바위 뒤로 몸을 굴려와 엎드렸다. 철모가 땅에 떨어져 있어 쓰려고 얼른 집어 들었다. 그런데 화이버 조절 끈이 끊어져 있고 피가 묻어있었다. 깜짝 놀라 철모를 뒤집어보니 뒤쪽에 정통으로 구멍이 나 있다. 안쪽 화이버도 찢어져 있지 않은가!
"아차!"
오른손을 들어 뒤통수를 만져 보았다. 축축한 촉감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손을 떼어보니 시뻘건 핏덩이가 묻어 있다. 목덜미로 피가 흐르고 있고 땅바닥에도 피가 흥건히 고여 있다.
'아! 나도 맞았구나! 이런 등신 같은 놈, 자기 골통에 총 맞은 줄도 모르고 ... ,'
압박붕대를 꺼내 머리를 싸매고 철모를 썼다. 그러나 조절 끈이 끊어진 탓에 철모가 자꾸 내려와 앞을 가려 아예 벗어 버렸다. 그때였다.
9시 방향에서 유 성종 상병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서 일병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엎드린 채 숨만 고르고 있다. 도저히 구출할 방법이 없다. 절망이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싸워 보지도 못하고, 구출도 못하는 이 상황, 이제야 후두부에 통증이 오고 귀에서 '웅' 하는 소리만 들린다.
' ... '
깜빡 정신을 잃었나보다. 앞으로 나간 분대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뒤에 따라오던 소대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멀리 10시 방향에서 화기분대 서 재윤 병장이 손짓을 하며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아마 뒤로 빠지라는 신호인 것 같다. 하지만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총탄이 사정없이 날아온다.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분대장이 낮은 포복으로 뒤로 나와 내 옆으로 왔다.
"앞에는 요?"
"다 맞았어."
분대장은 쓰러져 있는 박 병장과 서 일병, 머리에 압박붕대를 매고 있는 나를 보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비극이 있나? 내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싸워야 한다. 분대장에게 꼼짝 말고 엎드려 있으라고 주의를 시키고 바위 뒤에 바싹 붙어 놈들의 위치를 파악해 가며 사격을 했다. 놈들도 집중사격을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살려 보내고 싶지 않은가 보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가 휑하여 둘러보니 옆에 있던 분대장이 고개를 꺾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김 하사! 분대장님!"
어깨를 흔들었으나 분대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온몸에 맥이 탁 풀린다. 그때 '피웅'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머리 우측상부를 치며 지나갔다.
뜨거운 것이 얼굴로 흘러내린다. 또 맞았구나! 남아있는 압박붕대를 꺼내 머리를 싸맸다. 앞에 나간 최 봉석 병장과 민 경래 상병, 천 기성 일병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오른쪽에 쓰러져 있는 서 영조 일병은 기척도 없다. 이젠 나 혼자 뿐이구나. 오직 나 혼자 뿐이라고 ... ,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사라져야 하는구나.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왜 죽어야 한단 말인가?
갑자기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형과 동생들, 영아의 환한 미소가, 그리고 슈와의 청순한 모습까지 눈앞에 아른거린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에 꽉 찬다. 난 죽을 수 없다. 살아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해, 지금 정신을 잃으면 죽는다!'
약간만 움직여도 놈들의 사격이 집중된다. 이대로 있다가는 틀림없이 죽는다. 누구 하나 지원해 주지도 않고, 누구 하나 구조하러 와주지도 않는다. 너무 서럽고 외롭다. 입술을 깨물며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했다. 멀리서 서 재윤 병장과 강 은향 병장이 뒤로 빠져나오라며 울부짖는다. 분대원들이 모두 저렇게 쓰러져 있는데, 어떻게 나 혼자 빠져 나갈 수 있나 망설여졌다.
"김 병장 빨리 빠져!"
다시 강 병장이 소리친다. 자칫 우물쭈물 하다가는 아군의 지원 포격에 흔적도 없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대를 벗었다. 탄창을 꺼내 바지 양쪽 주머니에 두 개씩 넣고, 수류탄을 모두 떼어 놓았다. 연막탄과 가스탄도 떼어 놓았다. 지금부터 목숨을 건 최후의 모험을 하는 거다.
수류탄 하나를 놈들 쪽으로 던졌다. 또 하나를 던지자 사격이 주춤한다. 남은 수류탄과 가스탄, 그리고 연막탄 3개를 연이어 던졌다. 앞쪽에 연막이 자욱이 피어오른다. 총을 쥐고 신속히 뒤로 기었다. 불과 30여m의 거리가 몇 십리가 되는 듯하다.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사력을 다해 기었다. 이윽고 개활지를 지나 좀 낮은 지대로 내려왔다. 숨이 턱에 찬다.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안전한 곳이 아니다. 다시 힘을 내어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몇 발짝을 뛰다가 그대로 픽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하늘이 무척 파랗게 보인다. 몸은 으스스 춥다. 머리에서 목으로 타고내린 피 냄새가 비릿하다. 입안이 바짝 타들어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싶다. 주위가 허전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물이 하염없이 솟구친다. 가슴이 미어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 나른하다. 분대원들의 쓰러져 있는 모습들이 아른거린다. 이게 패잔병의 모습인가?
'여기에 이대로 쓰러져 있을 순 없다. 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
아직 소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헬기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로켓포와 캐리버 50 사격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에 다시 무장헬기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지금껏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다시 힘을 내어 총을 짚고 일어섰다. 멀리 소대원들의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꿇어 앉아 총구를 하늘로 향해 구조신호를 보냈다.
서 재윤 병장과 강 은향 병장이 달려와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서 병장의 부축을 받으며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물! 물. 좀 ... ,"
누군가 수통을 입에 대준다. 미친 듯이 들이켰다. 나른하다. 이대로 누워 자고 싶다. 그리고 춥다. 2분대 김 철규 일병과 전 남수 상병이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있다.
'빨리 구조 헬기가 와야 할 텐데 ... ,'
43, 죽음의 문턱에서
적십자 헬기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정지된 듯하다. 드디어 헬기가 왔다. 전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헬기에 오른 기억까지는 난다. 그때는 덜덜 떨면서 마냥 양지바른 곳에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눈을 떴다.
모두가 하얗다. 벽과 천장, 나의 머릿속까지 모두 하얗다. 그리고 적막. 이 하얀 것들은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어느 쪽의 풍경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태초의 침묵과 같은 묵음(黙音) 속에 마지막 모습들이 흑백필름으로 환하게 다가와 펼쳐진다.
빗발치는 총탄, 작열하는 화염, 뒤통수에 피를 튀기며 앞으로 고꾸라지던 박 동식 병장, 외마디 비명 소리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유 성종 상병, 살려달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서 영조 일병, 단말마도 없이 고개를 꺾고 조용히 죽어 있는 김 성하 하사 ... ,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아! 살았구나!'
조용한 가운데 멀리서 두런두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컥, 흡!"
몸속 깊이 갇혔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울분까지 한꺼번에 폭발하듯 터졌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 터진 눈물은 깊은 곳의 응어리를 토해내듯 발작과 같은 흐느낌으로 분출되었다. 몸은 꼼짝할 수가 없다.
격렬하게 어깨만 흔들릴 뿐이다.
"아! 이제 정신이 좀 듭니까?"
누군가가 옆에서 묻는다. 말할 기운도 없고,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지금 낮인지 밤인지 모르겠다. 단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머리통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뿐이고, 지금 내가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가슴 밑바닥의 앙금을 게워내는 것뿐이다. 지독한 소독 냄새가 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병원이고, 다만 살아있다는 것만 느끼고 있다.
목이 타는 듯하다.
"물! 누구 물 좀!"
갈라진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처절하다. 심한 통증과 갈증과 함께 사경을 헤매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것이다. 한 생명이 다시 태어났다.
내 모습이 보인다. 하얀 침대 위 에 하얀 붕대로 몸을 감싼 체 상체를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다.
다음 날, 담당 군의관이 회진을 왔다. 안면이 있는 군의관이다. 강원도에 있는 2사단 복무 때, 산악구보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잠시 107 후송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정형외과 과장을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넌 운이 참 좋은 놈이야. 2, 3mm만 더 들어갔어도 깨끗이 가는 건데 말이야. 넌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라 하노이, 평양에 가도 살아남을 거야. 불편하드래도 조금만 참아. 하느님이 돌봤어!"
위로 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 , 군의관은 내 손목의 묵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정말 운이 좋은 놈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은총이었을까? 어쨌건 살긴 살았다. 내가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존에 대한 기쁨인지, 내 꼴에 대한 비애인지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뭔가! 내가 왜 여기서 이 꼴을 하고 있는가? 이 전쟁이 나와 무슨 상관인데, 내가 지금 여기에 누워 있어야 한단 말인가? 혼란스럽다. 이 모순과 불합리성. 대한민국의 군인이기에 이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명분도, 명예도 없는 죽음까지도.
그 순간 들어가면 죽는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런데도 들어가라고 했다. 명령이란 이름으로. 물론 나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병사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생명을 바쳐 지켜야할 가치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 죽으라면 죽어야지. 그래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이 무모한 죽음을 명령한 자들을 지옥에 가서라도 저주하리라고 이빨을 사려 물었다. 난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다.
'아! 우리 분대원들 ... ,'
우리소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 영조 일병은 구출 되었을까?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한데, 구해 주지도 못하고 ... , 진격하다 얼굴에 총탄을 맞고 뒤통수에서 분수처럼 피를 솟구치며 앞으로 고꾸라지던 박 동식 병장. 같이 정글을 누비며 언제나 든든한 아우였는데, 마지막 작별의 말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하고 가버리다니 ... ,
목덜미와 가슴에 총탄을 맞고 피를 쏟으며 흙바닥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간 김 성하 하사. 한밤 잠이 오지 않는다며 불을 켜고 두 살 박이 아들 사진을 들여다보던 한 아이의 아버지. 순 하디 순한 한 사내는 애비 얼굴도 모르는 아이와 아내를 남기고 가버렸다.
모두들 한 순간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 혼자 이렇게 살아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어진다. 이 참혹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한 젊은 여인의 지아비가, 한 아기의 애비가 이역만리 타국전선의 이름 모를 정글에서 총탄에 쓰러져야 하는,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 이 현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분노와 회한, 그리고 복수심에 온몸이 신열로 들끓는다. 악몽 같은 전투. 언젠가는 한번 크게 당하리라 막연한 예측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당하고 나니 가슴이 쓰라리고 분통이 터진다. 놈들 2개 대대가 협공해 올 줄이야. 그것도 모른 채 지프차 타고 끄떡거리며 돌아다니는 똥 대가리 같은 지휘관 놈들.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진급에만 혈안이 되어 훈장에 눈이 먼 버러지 같은 새끼들 ... ,'
병원생활 4일째. 생각지도 않은 대대장과 중대장이 찾아왔다. 그렇게 원망하고 욕을 퍼붓던 지휘관들 말이다. 중대장은 그날 부하들을 구출하려다가 놈들의 로켓포 파편을 맞아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고 했다. 중대장은 나를 보더니 두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눈시울만 적셨다.
이 월남 전선에서 태권도 해라, 점호 취해라 하던 한심한 중대장 ... ,
그동안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고 부하들을 다그치기만 하던 월남 신병 중대장. 부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그를 보니 그동안 쌓였던 미운 감정은 어디로 가고 같은 한 인간으로서, 같은 패잔병으로서의 아픔만 느껴진다. 그 많은 부하를 잃은 심정, 인간인 이상 어찌 감정이 없겠나!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임마! 구멍 난 네 철모 내가 확인 했어! 짜아식! 나한테 욕 많이 했지? 그래, 이해 해. 고생 많았어!"
대대장이 호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진격하기 전, 내가 무전기에 대고 욕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힘차게 안아주었다. 찡했다. 남자대 남자로써 진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뭔지 모르겠지만 목구멍에서 뜨거운 그 무엇이 울컥 치민다. 나도 모르게 두 뺨에 눈물이 흘렀다.
이번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가 심각했나 보다. 전 사단이 떠들썩하다.
사단의 작전참모부와 정보참모부, 심지어 주월 보안사에서까지 찾아와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기억나는 대로 모두 이야기 했다.
2주일이 지났는데도 상처 부위가 아물지 않고 염증이 생겼다. 재수술에 들어갔다. 후두부에 박힌 총알은 제거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와 그대로 두었는데, 상처 부위에 철모조각이 박혀 그것이 곪았던 것이다. 재수술을 받고 일단 중환자 상태를 벗어났다.
106후송병원의 침상이 모자라 옆 건물의 사단 의무중대 병실로 옮겼다. 아직은 바로 누울 수 없다. 좀 불편하지만 위생병들이 미안스러울 정도로 보살펴주어 그리 힘겹지는 않다. 부대로 온 편지를 이곳으로 보내왔다. 어머님의 편지에 혹시 큰일을 당하지 않았는지 물어왔다.
무언가 알고 계시는 것처럼 말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머님에게 부모님의 염려 덕에 오늘도 건강한 몸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
- 사실 어머님께서는 내가 부상당한 것을 알고 계셨다. 그날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3분대 강 병호 상병이 본국의 제1육군병원으로 후송을 갔다. 대구에 있는 제1육군병원. 정형외과 병동에는 월남 참전 부상병들이 대부분이다. 매주 목요일 부상병들은 수송기로 대구 동촌 비행장에 내려 제1육군병원으로 후송된다.
병실에는 지난 10월 전투에서 복부관통상을 입은 동네 불알친구 전 필수가 있었다. 새로 후송 온 병사에게 소속을 묻던 중, 내 소대원임을 확인하고 내 소식을 물었는데, 강 병호 상병의 이야기인즉, 그날 헬기로 후송도중 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그만 기내에서 쓰러져 죽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필수가 집이 대구 시내에 있다 보니 토요일 외박을 나와 바로 우리 집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에게 '혹시 무슨 통지서 같은 거 오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었던 것이다. 눈치 빠른 어머님께서 다그쳐 묻자 필수는 강 상병에게 들은 대로 말씀드린 것이다.
깜짝 놀란 어머님께서는 마침 보안사에 계시는 작은 외삼촌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고, 작은 외삼촌께서는 주월 보안사를 통해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어머님께서는 얼마나 놀라시고 억장이 무너지셨을까?
아! 그래서 6후송병원에 있을 때, 보안사 장교와 하사관이 찾아와 그때의 상황을 정중하게 물으면서 반말도 하지 않고, 고생했다며 위로 하면서 돌아갈 때 용돈까지 주고 갔구나. -
44, 해피 버스데이
이제 조금씩 운동 삼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 바람도 쏘이고, 옆 침상의 전우들과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마침 며칠 전 매복 작전을 나가다가 부비트랩에 부상을 입고 입원한 2소대 심 창열 일병에게 우리소대 근황을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그날 전투에서 선봉에 나섰던 우리1분대. 박 동식 병장, 유 성종 상병의 최후는 내 눈으로 목격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서 영조 일병도 끝내 구출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이 끊긴 채 발견되었고, 김 성하 분대장은 내 옆에서 숨을 거두었고, 최 봉석 병장과 민 경래 상병도 주검으로 돌아왔단다. 다만 천 기성 일병만이 오른쪽 어깨에 경상을 입은 채 구출되었다고 한다. 결국 분대원 8명 중 6명이 전사하고 이 꼴의 나와 천 기성 일병만 살아남은 것이다.
소대에서 우리분대 말고도 5명이 전사하여 완전 반 토막 소대가 되어버렸다. 아직 신병은 충원되지 않고 2개분대로 재편성하여 임무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1분대 벙커는 완전히 비워두고 있는데, 특히 이번 대 혈전 이후 내리 3일간 비가 쏟아져 우리분대벙커와 개인호들이 무너져 내렸으나 손도 못 댄 채 그냥 방치하고 있단다.
완전히 폐허가 돼버린 우리분대 벙커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다고 했다.
'열불 나는 이야기만 들었다. 결국 우리는 소모품이었어. 씨부랄 놈들! 나 같은 졸개도 늘 10명의 적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명의 아군 희생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소위 지휘관으로서 이렇게 많은 부하들을 희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천하의 맹호 기갑연대 2중대 3소대 선임분대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 이게 뭐냐 말이야! 생각할수록 분통만 터지고 분대원들 모습이 아른거려 눈물만 난다.
'이 촌놈의 새끼들! 완쾌되어 원대복귀하면 모조리 까부수고 말테다. 그런데 호가 다 무너졌다는데, 내 3만 불은 어찌 되었을까? 슈와는 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환자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25번째 생일을 맞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번 25번째 생일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이나 다름없다. 죽었던 목숨이 이렇듯 살아있으니까 말이다. 나 스스로 이 뜻 깊은 탄일을 자축해 본다.
'김 영곤! 너의 25번째 생일, 새로운 탄생을 축하한다.'
그리고 첫 번째는 산고로 나를 낳아 주셨고, 두 번째는 간절한 기도로 다시 태어나게 하신 어머님께 편지를 썼다.
어머님.
오늘이 제 생일이군요. 언제나 자식들 생일이 닥치면 허리도 아프고 몸도 편찮으시다던 어머니.
오늘도 불편하신 몸으로 이 못난 자식을 위해 기도드리고 계시겠지요?
어머님! 제가 어릴 적 겪었던 전쟁은 어떠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제가 피를 쏟아 보고서야 전쟁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왜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고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요?
피와 땀, 고통과 눈물, 그리고 죽음 ... , 전쟁. 참으로 무섭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뿐입니다.
어머님, 왜 사람이 죽고, 죽여야 하는 이러한 전쟁을 이 세상에서 종식시킬 수 없는 지 안타깝습니다.
왜 그런지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동생들도 보고 싶고요.
빨리 귀국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처절한 전쟁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어머님의 간절한 기도와 주님의 무한하신 은총으로 죽음만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건강도 되찾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퇴원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기다려 주십시오.
꼭 건강한 모습으로 어머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합니다. 어머님!
병원의 나날들은 지루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하루 세 번 먹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자다가 깼다가를 반복하거나, 아니면 철지난 잡지책이나 뒤적거리거나, 그것도 지겨우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전투 무용담이나 늘어놓는다.
가만히 지켜보면 천하에 할 짓 없는 놈들만 모인 것 같다. 이들에게서 조국애나 따이한의 명예, 일말의 전우애조차 찾아보기 힘 든다.
환자. 여기서는 모두 그것으로 통한다. 군번도, 계급도, 이름도 필요 없다. 그래서 박탈감도 생기고, 기분 상하는 때도 많고, 아니꼬운 일도 생긴다. 이역만리 타국의 전쟁터에서 쓰러진 환자들. 서로 같은 처지이면서도 서로 위로해 주고 다독거려주는 것은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사라지고 의기소침해 진다.
지난밤에는 모처럼 만에 해서는 안 되는 술 한 잔 했다. 대대장이 쥐어준 위로금으로 옆 침대 '나이롱 환자' 에게 줘서 술과 안주를 구해보라고 했다. 이미 병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수완을 발휘해서 맥주 1박스와 안주로 육회를 구해왔다. 마음 맞는 몇몇 놈의 옆구리를 찔러 샤워실에 모였다.
샤워실은 우리가 그렇게 부르지만 실은 전우들의 시신을 씻는 곳이다.
이국전선에서 전사한 전우들의 마지막 가는 길, 이곳에서 정갈하게 씻겨 보내는 것이다. 전사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잘 드나들지 않고, 평소에도 순찰을 돌지 않는 곳이다. 환자들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어 자주 애용되고 있다. 총 맞은 이후 처음 마시는 술이라 연거푸 몇 잔 들이켰다.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전혀 즐겁지가 않다. 마실수록 이곳에서 몸을 씻고 화장장으로 갔을 분대원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뭘 하는 짓인가 싶은 자괴심만 더욱 깊어졌다. 정말 이건 할 짓이 아니구나.
모두들 이 병실에서 더 있고 싶어 엄살을 부리지만, 난 그게 아니다. 죽건 살건 다시 '마이 홈'으로 돌아가야겠다. 군대 생활 28개월이 넘었다. 월남전 9개월에 비록 골통에 총알이 박혀서도 거품 물고 자빠지지 않았으니 그만하면 억세게 운이 좋은 것 아닌가? 그만큼 내가 먼저 간 전우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도 있을 것이다.
이제 상처는 다 아물었으니 다시 돌아가는 거다. 때때로 총알 박힌 후두부가 꽉 조이듯 통증이 오지만, 어차피 그것은 세월이 가야 해결될 문제란다. 그럴 바에야 내 마음이나 편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맞겠다. 막상 가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지겨움에 한 시도 견딜 수가 없다. 담당군의관에게 면담하여 원대복귀 하겠다고 했다. 후송 온 지 한 달 보름만이다. 종합검진을 받고 바로 퇴원을 했다.
헬기에 몸을 싣고 연대 의무중대로 왔다. 내가 이렇게 헬기를 타고 복귀할 줄을 그 누가 알았을까? 적십자 헬기에 실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영혼으로 고국에 돌아간 전우들을 생각하면, 내 스스로 생각해도 내 생이 과분하다. 이것이 살아있음으로써 누리는 특권이구나 싶다.
참으로 '하느님이 보우하사'다.
연대에 도착하여 의무중대에 갔더니 마침 의무중대장도 파월 전 우리대대 의무지대장이었다. 당시 우리 통신대와 의무대가 한 건물에 있어서 매일 같이 보던 사이였다. 나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의무중대장도 무척 반가워했다. 그런 후 그는 진정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이제 귀국도 한 달 남짓 남았는데 그냥 의무중대에서 쉬라고 권했다.
"중대장님 배려는 고맙지만 저는 꼭 원대복귀 해야 합니다."
병원생활이 질리기도 했고, 남아있는 소대원들이 보고 싶어 복귀 하겠다고 했다. 물론 내게는 처리해야하는 말 못할 뒷일도 있다. 나를 기다리는 3만 불과 슈와가 있다. 그러면 여기서 하룻밤 쉬고 내일 가라고 했다. 드디어 내일이면 '마이 홈'으로 간다.
'기다려라! 님이 가신다, 님이!'
저녁식사 후, 영화상영이 있어 번개극장에 갔다. 그곳에서 3분대 강 은향 병장을 만났다. 꿈에서도 그리던 전우가 아닌가! 내가 총을 맞았을 때, 서 재윤 병장과 함께 뒤로 빠져 나오라고 울부짖던 강 병장. 구조신호를 보냈을 때도 목숨을 걸고 달려왔던 진정한 전우 은향이! 너무 반가웠다.
강 병장은 훈장 수여식에 왔단다. 우리는 극장을 빠져나와 PX로 가서 캔 맥주를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로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강 병장! 네가 보여준 전우애, 내 평생 잊지 않을 거야."
밤이 깊어 갈수록 남십자성은 더욱 영롱히 빛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