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는 세상으로
제 집 한 채씩 가지고 온다
평생 이사 한번 하지 않고 그 집에 살다가
때가 되면 가지고 온 집마저
미련 없이 바닷가에 벗어놓고
소금밭에 스며든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턱밑까지 차오르는 더위에 쫓겨
소라껍질 같은 산길 돌고 돌아
찾아간 고향 집
울안에 들어서니
버선 발 대신 빈집과
막 자란 개망초 우슬초 명아주가 나를 맞는다
문을 열고 껍질 속으로 들어간다
벽에 돋아난 소라의 뿔들
아직도 거기 침묵으로 걸린…….
장롱을 열어봐도 서랍장을 열어봐도
울컥울컥 울음만 토해 내는
노을 진 先山 묵정밭에 스며든
다시는 뵐 수없는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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