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 '음식 조리서' 공개

입력 2017-09-29 00:05:00

경북대 백두현 교수 연구 논문…16세기 후기 필사 '주초침저방'

주초침저방에 수록된 안동다식법 소개 부분.
주초침저방에 수록된 안동다식법 소개 부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필사본 음식방문(飮食方文'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북대 백두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28일 16세기 후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필사본 음식방문인 '주초침저방'(酒醋沉菹方)을 공개했다. 낙장본인 이 책은 표지와 권두서명(본문의 첫머리)이 없어 필사자와 정식 명칭을 알 수 없다. 백 교수는 책의 주 내용이 술, 초, 김치에 대한 것이라 '주초침저방'이라 이름 붙였다.

이 책의 한글 방문에는 세 글자 병서자를 포함하고 있다. 세종 시대에 만든 'ㅴ' 'ㅵ' 등의 세 글자 병서자는 15~16세기 문헌에 주로 쓰였고, 17세기 초기 문헌에도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한글 음식조리서에는 세 글자 병서자가 없었다. 또한 이 책에서는 15세기 문법을 보여주는 '뒷다가'(두-잇-다가)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글 표기법과 종이질 등을 검토한 백 교수는 이 책이 16세기 후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아무리 늦잡아도 17세기 초기 이후로 내려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 음식조리서는 17세기 중기의 '해주최씨음식법', 17세기 후기의 '음식디미방'이다.

'주초침저방'은 모두 31면이며, 등재된 방문은 126개다. 1면부터 29면까지는 한문 방문 121개, 30면과 31면에는 한글 방문 5개가 쓰여 있다. 한글 방문들은 한문 방문을 번역한 것이다. 특히 '안동다식' 방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김치 방문이 20개나 실려 있다. 김치 방문 중 새우젓으로 담는 '감동저'(甘動菹) 김치가 수록된 최초의 문헌이라고 백 교수는 밝혔다.

백 교수는 "주초침저방은 평소 음식학에 관심이 많은 전라도에 있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다"며 "책에 수록된 음식 방문과 술 방문은 전통음식과 전통주 연구 및 전통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연구 논문은 9월 중 출판될 '영남학' 제62호(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 책의 김치 방문은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가 발표할 '한국식생활문화학회' 논문집에도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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