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았고, 적이 생각하는 방법대로 싸우지 않았다."
'붉은 나폴레옹'으로 불린 보구 엔 지압(1911~2013) 전 베트남 국방장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게릴라 부대를 이끌고 일본군과 싸우기 시작해 군사령관과 국방장관으로서 프랑스군, 미국군, 중국군을 차례로 격파했다. 손자병법과 접목해 약할 때는 치고 빠지고, 강할 때는 공격하는 전략으로 '20세기 최고 명장'이 됐다.
'애꾸눈' 모세 다얀(1915~1981)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국방장관이다. '6일 전쟁'으로 알려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앞두고 국방장관에 취임한 그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기습공격을 주장했다. 각료들이 '모험적 행동'이라고 불안해했지만, 선제공격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 결과, 단 6일 만에 대승을 거둬 엄청난 영토를 획득했다.
국방장관직은 군대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뛰어난 국방장관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 사례도 여럿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갖고 있지만, 군의 실질적 수장은 국방장관이다. 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 감독하고 있는 만큼 책임과 역할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임에도 유명한 국방장관이 없었다. 대중의 기억에 이름을 남긴 국방장관이라고 하면 12'12 사태 때 가족과 함께 대피한 노재현 씨, 린다김 로비사건에 연루된 이양호 씨 정도다. 그것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불명예나 추문에 휩싸인 부끄러운 일 때문이다. 군인의 사표로 존경받는 국방장관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요즘 전'현직 국방장관이 구설에 올라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3년 6개월간 국방장관을 지낸 김관진 씨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혐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사실로 드러나면 또 한 명의 욕먹는 국방장관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오락가락 발언과 돌출 행동으로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드 배치와 북한 핵실험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발언을 하거나 문정인 특보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쏟아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국방장관의 말은 정확하고 명쾌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비상사태에도 이렇게 행동할까 싶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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