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영덕] 강구면 출신 디섹 박일동 회장

입력 2017-09-29 00:05:00

고향 열정이 사업가 기질 키워, 세계 유수 조선소와 파트너십

디섹의 박일동 회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고향 영덕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친다.
디섹의 박일동 회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고향 영덕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친다.

조선해양 분야의 설계기술'선박건조 컨설팅과 기자재 공급, 그리고 각종 품질검사를 수행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엔지니어링 회사 '디섹'을 이끄는 박일동(63) 회장은 영덕군에서 대게로 유명한 강구면 출신이다.

4천억원대 매출에 직원이 900여 명인 디섹은 세계 유수의 조선소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인접한 즈베즈다 조선소를 방문해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사의 자회사와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기술지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돌아왔다. 박 회장은 평소 '조선'해양 플랜트 분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출발점은 있지만 종착점은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강구 사람들의 열정과 고향 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5년 전 강구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하면서 강구 사람들의 열정과 고향 사랑에 두 번이나 놀랐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총동창회 체육대회입니다. 1천5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는데, 그것이 모든 동문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이죠. 인구 7천~8천 명 정도밖에 안 되는 면에서 그만한 인원이 참석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만한 인원을 대접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축구로 유명한 강구초등학교 축구부를 위해 버스를 총동창회에서 지원해주자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지역별 동문회와 지역 기업 등에서 협찬을 받는 안이 나왔지만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십시일반'으로 마련하자는 안을 내놨지요.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조건 1인당 3만원'으로 한 달 시한을 두고 모금을 했는데 목표액을 9일 만에 넘겨버렸던 겁니다."

강구면 자랑에 이어 이번에는 영덕군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쩌면 영덕 전체가 자신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태어난 강구면을 시작으로 영덕읍'달산면'남정면'영해면'축산면'창수면을 거치며 많은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바다로, 물고기'조개'뱀장어를 잡던 추억이 소중한 자산이고 힘이라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영덕군 공무원이었습니다.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끝낸 곳은 강구면이고 영덕읍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외지에서 고등학교'대학을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영덕의 9개 읍'면 중 7곳에서 모두 살아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덕군 전체가 나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50년 전엔 교통이 불편해 공무원들은 발령이 나면 해당 읍'면으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7개 읍'면을 거치면서 부딪히고 깎이고 어울리며 정말 다양한 환경과 관계를 경험했죠. 그 속에서 어쩌면 나의 사업가적 기질이 키워진 것 같습니다."

박 회장은 앞으로 10여 년이 지나 은퇴하면 고향 영덕으로 들어가 살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사업에 대한 자세를 보면 '무한도전'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 때문에 그의 은퇴 시점은 좀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식을 쌓을수록 세계는 더 빨리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세상을 모르는 상태가 돼 간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세대는 1990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를 보고 있으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즈음 가장 고민하는 것이 이들과 교감하고 이들처럼 꿈꾸고 사고하는 것이다."

그의 인생에도 다양한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서 키운 호연지기 덕에 모두 이겨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자신이 읽은 책의 제목을 인용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패의 순간을 두려워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곧 무기요 해법이다. 실패와 극복과 축적을 통해 식견을 갖추면 길이 보인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자를 만나는 날 박 회장은 디섹의 회사 슬로건 공모에서 최우수상으로 뽑힌 작품을 시상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TOTAL ENGINEERING SOLUTION ON YOUR DEMAND'이 그것으로, 디섹을 파트너로 하는 모든 고객의 꿈을 실현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박 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한다"고 평한다. 공교롭게도 회사 슬로건에도 박 회장의 대인관계나 사업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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