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극복하고 기부금 30억원, 복지 기반·기부문화 마련 큰 획
류시문(70)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민실천 공동대표는 장애와 가난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복지계의 기반조성과 기부문화 마련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서울 1호, 전국 2호 회원이다. 같은 해 한맥사회복지사대상을 제정해 매년 4개 부문에 2천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 육성 펀드 정회원으로 중소기업과 예술단체 매칭펀드에 매년 2천만원을 지원한다.
류 대표는 "그동안 얼마를 기부한 지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 말하길 대략 30여억원이 된다고 하니 그 정도 되는구나 생각하고 있다"며 "재산의 정도를 떠나 자신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이웃의 가난을 보고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현대판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기부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사후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산 기부 서약도 했다. 보유 재산을 가족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변호사에게 공증도 맡겼다. 이러한 그의 행보에 대해 집안에서는 반대가 심했지만, 그의 아들이 큰 지지세력이 되어줬다. 류 대표의 아들 원정 씨는 지난 2011년 할머니가 평생 폐지를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물려받고서 전액 기부를 하면서 최초의 아너소사이어티 부자(父子) 회원이 되기도 했다.
류 대표는 자신의 성공과 사회 환원은 유년시절부터 시작된 끝없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천군 호명면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뒷산 무덤가에서 놀다가 비석이 쓰러지며 왼쪽 다리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천신만고 끝에 미군부대의 도움으로 절단만은 막았지만, 길이가 다른 두 다리 탓에 평생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더구나 가난한 환경 탓에 영양실조 상태에서 고열을 앓아 양쪽 고막까지 잃었다.
그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농사일만 가르치셨다. 그때는 저의 미래를 생각해 최소한 농사를 지으면 먹고는 살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셨던 것 같다"며 "하지만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고 중학교만은 보내달라고 수십 번 애원한 끝에 겨우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입학을 승낙받은 다음 날 그는 평소 자주 오르던 마을 뒷산에 올라 멀리 보이는 흑응산과 하늘을 연결하는 무지개를 봤다. 신비한 자연현상을 보면서 류 대표는 '남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진학 무렵 바로 밑의 남동생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가난으로 두 형제가 모두 진학할 수 없는 처지여서 둘 중 하나는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동생에게 양보를 부탁하자 동생이 중학교를 포기했다. 이 부탁은 그의 평생의 죄업이자 한이 됐다. 동생이 힘든 농사일을 견디다 못해 서울로 올라와 노점상을 했는데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 1급 장애인이 된 것이다. 류 대표는 "동생에게 학업을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의 양보가 저의 한평생 한이 될지는 몰랐다"며 "동생 때문에라도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중증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을 평생 돌보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았다. 동생 사고의 충격과 장애에 대한 차별로 공황장애를 앓고 반항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건설안전점검과 시설물 안전진단, 보수보강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맥도시개발을 창업했고 매년 통 큰 기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난과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이 나를 보며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고향인 예천에서 복지법인을 설립해 가난과 장애로 상처받는 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류시문 대표는 "나같이 두 가지 장애와 가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도 있는데 세상에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다"며 "힘든 역경을 이겨낸 만큼 주변 사람을 더 돌아보고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노후에는 고향에도 복지법인을 설립해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어 줄 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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