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사업 北에 30번 방문 한전 첫 금탑산업훈장 영예
변준연(63) 비전파워 회장의 고향 봉화 사랑은 유별나다. 봉화군 춘양면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또 수없이 섰던 강단에서도 말머리는 항상 '봉화'였다. 봉화는 그를 포함해 7남매를 길러낸 곳이자, 삶의 길을 열어준 터전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오기까지 변 회장은 봉화에서 자랐다.
"봉화가 하도 오지여서, 우스갯소리로 '어릴 적에 먹을 게 없어서 산삼과 송이를 간식 삼아 먹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그러면 타지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집니다."
말처럼 그는 오지 출신이지만, 살아온 흔적은 굵직굵직했다. 1977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 36년간 재직하면서 숱한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두 번의 미국 주재원(뉴욕'LA)을 거쳤고, 두 번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한전 재직시절,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세계 50여 개국을 다녀왔고, 횟수만 400여 차례나 된다. 대북경수로(KEDO) 원전사업을 위해 북한을 30회 방문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차 두바이만 70차례를 오갔다.
해외 원전수출을 총괄하는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았던 2009년,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해외 플랜트 사업인 UAE 원전사업 수주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원전 도입 30년 만에 한국을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시키는 순간이었다.
이런 경험과 업적은 원자력 분야 최고전문가 반열에 오르게 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분야 최고 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도록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전 120년 역사상 개인이 금탑훈장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 맺은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의 인연을 이어오면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오랜 외국 생활과 다년간의 해외 방문, 또 수많은 업적 등 늘어놓을 말이 많고 또 기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많았음에도 그는 이내 화제를 다시 봉화로 돌렸다. 그리고는 봉화 자랑이 끊임없었다.
"학창시절, 청량산 김생굴에서 1년간 생활한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대학시험에 낙방해 세상을 등지기로 한 그가 찾은 곳이 바로 김생굴이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꿈을 펼치기 위해 다짐했고 공부에 매진했다.
"근처 청량사에서 공부할 책상과 고추장, 된장을 몰래 가져오다 들켜서 스님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화전민들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치르려고 사월초파일에 쓸 연등을 가져 왔다 들키는 등 대형사고(?)도 여러 번 쳤지요. 그래도 주지 스님은 부족함 없이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고려대 재학시절에는 재경봉화학우회 회장을 2년간 연임한 적도 있다. 그리고 43년이 지난 올해 그는 재경봉화향우회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재경봉화향우회의 19대 회장이다.
취임식 행사 때도 특별했다. 향우회 발전 10대 공약을 내걸었고, 그중에 벌써 몇 개는 실천했다. 향우회 강남지부를 지난 3월에 오픈했고, 7월에는 봉화 출신인 이디야 커피 문창기 회장을 초청해 명사 강연도 열었다. 홍보대사도 서둘러 위촉했다. 요즘은 오는 10월 27일 강남에서 열 가을 음악 페스티벌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봉화를 이야기할 때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앞으로 향우회 운영을 말할 때는 눈이 빛났다. "저는 많은 고향 사람을 만날 때면 '학벌은 위조가 가능하지만, 고향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또 '세계의 역사가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나뉘듯, 봉화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다'고도 말합니다. 한마디 더 보태면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가슴에 숨겨둔 임금이 준 마패가 있어서다. 우리에게도 봉화란 마패가 있다. 자긍심을 가져라'고 말합니다."
고향, 태어난 곳을 뜻하는 '향'(鄕)자 붙는 말 중에 으뜸은 '금의환향'(錦衣還鄕'비단옷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이라고 말하는 변 회장은 "언젠가는 가게 될 고향, 정말로 헌신을 다해 고향 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문가답게 "대구경북이 자립형 에너지 자치단체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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