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경산] 압량면 출신 재경경산향우회 최병영 회장

입력 2017-09-29 00:05:00

압량면장이었던 선친처럼 경산 홍보하고 주민에 봉사

최병영 (주)어스사이언스 코리아 고문이 11대 압량면장을 지냈던 선친의 뜻을 받들어 고향 경산 발전에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최병영 (주)어스사이언스 코리아 고문이 11대 압량면장을 지냈던 선친의 뜻을 받들어 고향 경산 발전에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재경경산시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최병영(71) ㈜어스사이언스코리아 고문. 그는 경산시 압량면 금구리에서 6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금호강변 마을이라 동네 친구들과 물고기도 잡고 멱을 감으며 모래사장에서 놀던 어릴 적 추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라고 했다.

최 회장의 선친(최덕식)은 대구농고와 경산고 등에서 교직에 몸담았고 고향 유지들과 육영사업에도 관여했다.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선친은 4'19혁명 이후 잠시 지방자치제가 시행될 무렵인 1960년 12월 민선 압량면장 선거에 당선돼 이듬해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로 해산될 때까지 6개월 동안 제11대 압량면장을 역임했다.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그는 경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시내 경북대사대부중'고에 진학했고, 열차 통학을 했다. 사춘기 시절 대구시내에서 살고 있는 동급생들과 많은 면에서의 생활수준 차이로 인해 부끄러움과 결핍을 느꼈다. 반항심도 생기고 현실을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20세 때 지원 입대를 해 제대했지만 기대했던 집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 회장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된 것은 26세 때 취직을 위해 상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산 압량 출신의 재일(在日) 사업가로 후에 신한은행 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한 이희건(1917∼2011) 사장이 쪽지를 써주기에 무작정 상경했다. 그렇게 소개받은 사람을 만나 우리나라의 유일한 특급호텔이었던 조선호텔에 취직해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했다. 동시에 경희호텔경영전문대학 야간부에 진학해 주경야독을 했다. 1980년대 초 서울힐튼호텔 개관 요원으로 스카우트돼 일하면서 유능한 간부사원으로 인정받았다. "호텔리어 생활을 16년쯤 하다 보니 선배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앞날이 슬슬 걱정이 됐어요. 고민 끝에 '막다른 골목을 택하자.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지인이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제안해 마흔세 살 때 호텔리어를 그만뒀어요. 미국의 어스사이언스 한국법인을 맡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 용기와 사막에서 화장품 원료인 오일을 수입해 생산 및 공급하고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후 3년 동안 적자를 봤다. 화장품 원료를 멕시코에서 들여왔으나 자금이 없어 통관을 시키지 못해 사채를 빌려 쓰기도 했다. 사업을 할 때 망하지 않는 게 목표였고,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한 결과 매출이 늘었다. 한국법인을 맡은 지 10년째 되니까 본사에서 이 사업을 최 회장에게 넘겨 주겠다고 해 주식 인수와 영업권 인수를 통해 2001년 2월 ㈜어스사이언스코리아 신규법인 설립 등기를 마쳤다.

최 회장은 사세를 크게 키우는 것보다는 망하지 않고 내실 있게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영철학은 '좋은 품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며 고객과의 약속에 대한 책임과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이 회사에서 제조하는 오일 성분의 원료가 되는 멕시코 및 미국 사막지역에서 자생하는 열매 수확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대안을 찾은 것이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호호바 모종을 옮겨 심어 이 열매에서 추출한 오일을 들여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오일 등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돼 위기를 넘겼다.

최 회장은 2008년 재경압량면향우회장, 2011년 재경경산시향우회장을 맡게 됐다. 이때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도 수료했다. 그는 향우회장 취임 이후 3연임을 하면서 향우회원들과 함께 매년 경산자인단오제와 갓바위축제, 경산시민체육대회 등이 열릴 때마다 버스를 대절해 고향 축제장을 찾고 있다. 여성 향우회원들을 중심으로는 고향 특산품 장보기를 하는 등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경산시가 지난 2013년 6월부터 애향심 고취와 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시행한 '경산시 출향인 명예읍면동장'의 초대 명예 압량면장으로 위촉돼 2년 6개월 동안 활동했다. 그는 "압량명예면장으로 이장회의가 있어 압량면사무소를 방문했는데 회의실에 역대 면장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중에 선친의 흑백 사진도 있어 마음이 짠했다. 속죄하는 마음도 들었다"면서 "아버지가 주민들을 위해 봉사했던 뜻을 받들어 저도 고향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최 회장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경산시장학회에 장학기금 1천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그는 "향우회원들의 열정으로 재경경산향우회가 날로 활성화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향우회원과 후손들이 동참해 경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고향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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