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구시장 가운데 대중친화력만 놓고 보면 권영진 시장이 단연 독보적일 것이다. 대중 앞에 서면 눈빛과 자세부터 달라지는 모습에서 과연 '정치인이 다르긴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 만큼 권 시장은 시민이 많이 모이는 축제장에 가는 걸 아주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다.
이달 초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 보자기 축제장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이날 가위바위보 대회가 열렸는데, 300명의 참가자 중 마지막에 세 명이 남아 권 시장과 겨루게 됐다. 권 시장은 이들과 등을 맞대고는 하늘 높이 손을 들어 계속 바위만 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시장님! 이제 다른 걸 내시죠"라는 사회자 말에 속아 가위를 냈다가 탈락했고, 둘은 계속 보를 내 권 시장을 이겼다. 권 시장은 우승자를 가린 후 마이크를 잡고는 "두 분이 시장인 저를 끝까지 믿어줘 너무나 고맙다"는 말로 좌중을 즐겁게 했다. 권 시장은 축제장에서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시민들이 좋아할지 훤히 꿰뚫어보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권 시장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리 달변이 아님을 알게 된다. 대구 현안에 대해 설명은 곧잘 하지만, 논리적이거나 설득력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서울말과 안동 사투리가 섞여 그다지 듣기 좋은 목소리도 아니다. 마주앉으면 어중간한 말솜씨이지만,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확연히 달라진다. 세련되고 논리적인 말투로 바뀌고, 친근하고 다정한 멘트도 잘 날린다.
대중 앞에 나서거나 악수하길 좋아하고 즉석연설도 은근히 즐기는 걸 보면 과거 시장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권 시장을 두고 '축제 시장' '행사 시장'이라고 비아냥댄다. 사무실보다는 행사장을 선호하고, '치맥축제' '컬러풀 페스티벌' 같은 축제에서 시민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신세대 시장'에게는 적이 많은 것 같다.
권 시장은 공무원 일색의 역대 시장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취임 초부터 대구를 개방적이고 실용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은 만큼 바뀐 것이 제법 있다. 대구시청 분위기도 과거에 비해 좀 달라졌다. 시장이 아무리 대화와 소통을 하려고 해도 공무원 속성상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적어도 시장실 주변에서 버럭버럭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풍경은 사라졌다. 권 시장이 대구시 전체를 개방적이고 혁신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시청 주변에는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권 시장은 업무 능력과 성과 면에서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과도한 비판과 억측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스스로 뚜렷한 업적이나 공적을 내세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재임 3년여 동안 전기자동차, 로봇 등의 소소한 성과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통합대구공항 이전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권 시장에게 신공항은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구의 모든 현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문제는 권 시장의 리더십에 기인하는 것 같다. 시장 본인은 의욕적이고 열성적이지만, 주위에 추진 동력이 거의 없어 힘을 모으지 못한다. 대구에서 오래 살지 않아 지원'지지 세력이 없는데다 일부에서는 '서울로 돌아갈 사람'이라며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는다. 축제'행사장을 열심히 쫓아다닌다고, 금방 우군이 생기지 않는다. 시장 본인의 전술'전략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 반대파나 비판론자들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권 시장 측은 초선 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리더십 문제는 4년이 지나면 우군이 대거 생겨나기 때문에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맞는 말인지 모른다. 대구 사람들이 시장 개인의 시행착오까지 기다려 줄 만한 여유가 있을 지가 관건이다. 내년 대구시장에 나서려는 분이 여럿 있지만. 두드러지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권 시장의 리더십이 의심받고 있으면 미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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