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혼' 안동포 새 천년을 잇는다] 자연·정성을 입는다…1380살 무공해 섬유

입력 2017-09-26 00:05:00

안동포는 수분 흡수가 빠르고 증발력이 좋은 데다 공기 유통 또한 잘돼 항균
안동포는 수분 흡수가 빠르고 증발력이 좋은 데다 공기 유통 또한 잘돼 항균'항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의복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안동포는 직접 대마를 길러 물레질을 해서 실을 뽑은 뒤 베틀로 짜는 등 안동 여인들이 정숙하고 엄격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정성껏 만든 정교한 수제품이다. 경북도 제공
안동포의 원료는 대마다. 안동포는 대마 수확부터 색 내기까지 모두 13가지의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경북도 제공
안동포의 원료는 대마다. 안동포는 대마 수확부터 색 내기까지 모두 13가지의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경북도 제공

대마 수확부터 색 내기까지

13개 공정 모두 수작업으로

경제성 낮아 전통 단절 위기

연말 빛타래길쌈마을 완공

특산품 전승·활성화 길 마련

고부가 6차 산업 명품 육성

"'천년의 혼' 안동포가 새 천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동포는 천년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고 좀이 쓸지 않는다고 한다. 안동포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옷감이다. 자연 상태로 정성 들여 만들어낸 무공해 천연섬유 직물이다. 안동포는 대마를 1차 가공한 것으로, 거친 정도에 따라 ▷생냉이(부드러움) ▷익냉이(중간) ▷무삼(거침)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안동포의 원료는 대마다. 고조선시대부터 낙동강 유역에서 재배해 직조를 시작했고, 대마 수확부터 색 내기까지 모두 13가지의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종류는 6새에서 15새까지다. 가장 가늘고 윤기 있는 것이 15새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는 베 짜기 대회가 열려 최우수품은 궁중 진상품으로도 올라갔다.

◆지역의 전통 특산품으로 자리매김

1911년 '조선산업지'에 '安東布'(안동포)라는 표현이 최초로 언급됐다. 1975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전승하고 있다. 안동포는 수분 흡수가 빠르고 증발력이 좋은 데다 공기 유통도 잘돼 항균'항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의복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안동 여인들이 정숙하고 엄격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정성껏 만든 정교한 수제품으로,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것이 바로 안동포이다.

삼베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인류에게 가장 오랫동안 가장 폭넓게 사용된 섬유이자,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숙한 옷감이다. 특히 경북 안동은 기후와 토질이 대마 재배 조건에 가장 적합하다. 상고시대 낙동강 유역 일부 농가에서 야생 대마를 재배해 안동포에 가까운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삼베는 신라 화랑들이 즐겨 입었다.

이처럼 안동포는 1천380여 년간 우리나라의 고유 옷감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품질이 뛰어난 것은 안동지역의 기후 등 독특한 자연조건의 영향이 크다. 낙동강 유역의 안동지역 토양은 사질토로 배수가 잘돼 대마 재배에 알맞을 뿐만 아니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강풍을 막아 주기 때문에 질 좋은 대마를 생산할 수 있다.

◆친환경 식물 대마

친환경 식물인 대마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기능성인 항균성, 항독성, 방충성, 원적외선 등이 내재된 식물이다. 화학섬유로 알레르기 피부염 등 부작용이 커지는 요즘 몸에 이로운 천연섬유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부모님께 '진짜 안동포' 수의를 마련해 드리는 것은 외래문화가 광범하게 밀려오는 현대사회에서 유교적 상장례를 전통적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한다는 뜻이다.

안동포는 직접 대마를 길러 물레질을 해서 실을 뽑은 뒤 베틀로 짜는 등 수작업으로 만든다. 안동포 수의의 경우 한 벌에 약 700만~8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1년에 생산되는 양이 많지 않아 이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특산품임에도 경제성이 낮아 매년 대마 재배 면적과 안동포 생산량이 감소하고, 안동포 짜기 기능보유자의 고령화, 교육생 참여 기피, 상품 다양성의 한계 등으로 전통기술이 단절 위기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안동포 짜기 기능보유자는 1명이며, 전수 조교 1명, 이수자 10명, 장학생 1명 등 모두 16명이 있다.

◆안동포 전승 생산기반 시설 확충

안동포 전승을 위한 복합공간인 전통빛타래길쌈마을이 올 연말 완공되면 안동포 전승과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 시설은 국비를 포함해 79억4천만원을 들여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 조성하고 있다.

주요 시설물은 안동포전승교육관과 디자인하우스, 천연염색 체험장, 대마경작 체험농장, 길쌈광장, 편의시설 등이다. 교육과 교류, 판매, 전시, 연구,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안동포의 원료인 대마 재배 허가 농가 수는 15농가이지만 실경작 농가 수는 7농가이며, 재배 면적은 0.9㏊에 불과하다.

최근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부모의 수의를 만들어 두면 좋다'는 풍습이 있는 윤년이어서 고가의 전통 안동포로 만들어진 수의가 평년에 비해 판매량이 2,3배 정도 증가했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안동포의 명맥을 잇고 명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사)안동포생산자조합(대표이사 임대식)은 '천년의 혼, 안동포! 새 천년의 맥을 잇다'라는 주제로 안동포 직녀 베틀방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주제공연, 칠석고사, 품평회 시상식, 패션쇼를 비롯해 직조 시연 및 체험, 공예 체험, 대마씨 떡메 체험, 삼행시 짓기 이벤트, 포토존 체험 등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날 품평회 시상식에서는 권연이 기능이수자(임하면 금소리)가 대상(도지사상)을 수상했으며, 최우수상(시장) 3명, 장려상 6명이 수상했다.

◆기능인력 양성 안동포 공예'패션사업

23일에는 (사)안동규방(대표 김연호)에서 무삼공예 활성화 교육을 마치고 수료식을 가지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무삼의 뛰어난 실용성과 기능성을 살려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7개월간 섬유그림, 생활자수, 창작한복, 자연염색 과정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돼 45명의 교육생이 무삼 공예교육을 이수했다.

이번 교육은 젊은 여성 유휴 인력들을 대상으로 무삼 소재 공예품 제작'개발 교육, 교재 제작 등 무삼공예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교육생들의 결과물과 개발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가졌다. 무삼은 지역 특산품인 안동포 중 가장 거칠고 억센 것을 일컫는다. 최근 무삼의 우수성과 실용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무삼 공예품의 수요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올해 총 4억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마 생산농가 종자대 지원, 안동포와 무삼 길쌈기술 양성교육, 무삼을 활용한 규방공예품 개발과 전시회 개최, 전통 안동포와 무삼 총람 편찬, 안동포 직녀 베틀방 행사, 안동포 패션쇼, 안동포 전국사진촬영대회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대마 성장 잠재력 6차 산업으로 육성

경북도는 대마의 다양한 성장 잠재력을 발굴해 6차 산업으로 육성한다. 안동포는 재료가 되는 친환경 식물 대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기술상의 어려움으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전통 안동포를 패션'공예 등에 활용되도록 지속적인 계승'발전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대마의 다양한 잠재성장 능력에 대해 산'학'연 공동으로 기술과제를 발굴'지원한다. 아울러 산업화, 상용화에도 힘써 경북의 대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안동포의 천년의 혼을 새 천년의 혼으로 잇기 위해 특산품 전승과 보존에 힘쓰겠다"면서 "무삼을 고부가가치 명품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무삼 직조와 공예 창업 지원, 대마의 생산 기반 확충과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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