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계종의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 이전 반대, 명분이 없다

입력 2017-09-25 00:05:04

청와대 경내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을 원래 장소인 경주로 이전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이 느닷없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연합뉴스는 "조계종이 석불좌상의 원래 봉안처가 규명될 때까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이달 초 청와대와 문화재청,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경주 시민단체들과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석불좌상 반환 운동이 펼쳐졌고 문재인 대통령도 반환 검토를 지시하면서 석불좌상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던 차였는데 조계종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경주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이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재 이전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적합지 않다는 것이다. '신앙의 대상'인 불상이 박물관에 가면 전시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계종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종전에 자신들이 밝혔던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일부 개신교 단체가 종교적 편향성을 이유로 석불좌상의 이전을 요구할 때마다 조계종은 "전통문화의 산물인 불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반박한 바 있다.

동일한 불상의 이전 요구에 대한 조계종의 반대 논리가 '전통문화 산물'과 '신앙 대상'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 최고기관이자 상징적 정치 공간인 청와대 경내에 불상을 계속 두고 싶어 하는 속내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석불좌상은 100년 전 경주에 살던 일본 민간인이 데라우치 총독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울 총독부 관저(현 청와대)로 상납한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많은 불교 신자들과 국민들이 가까이 볼 수 있게 하려면 석불좌상이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다. 게다가 석불좌상의 조속한 경주 귀환을 촉구해 온 경주 문화계는 합의를 통해 경주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의 반대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청와대와 정부는 석불좌상의 경주 이전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역사성과 당위성으로 볼 때 석불좌상이 있을 곳은 경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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