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계획적 구식화, 그 신화 혹은 현실'이라는 칼럼이 아이폰 유저는 물론 경제학계에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캐서린 램펠이 쓴 이 글은 기업의 의도적인 제품 구식화 행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과 1년 주기의 애플 아이폰 모델 교체를 음모론적 시각에서 다룬 글이다.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 scence)는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제품 출시 때부터 고의로 수명을 줄여 설계하거나 구형 제품의 기능을 낮춰 구닥다리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의도된 내구성'과 같은 의미인데 기업 정책을 이유로 소비자의 개별적 수리를 거부하는 '수리 방해'도 한 유형으로 꼽힌다.
반영구적인 튼튼한 제품보다 적당히 쓰고 버리는, 유행에 민감한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속성이다. 이를 악용한 계획적 구식화는 1924년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자 매년 새 모델을 내놓기 시작한 제너럴모터스가 시발이다. 당시 GM 경영진은 자전거의 유행에서 힌트를 얻어 새 시장 전략으로 채택했다.
몇 해 전 센딜 멀네이선 하버드대 교수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의 계획적 구식화 가능성을 조사했다. 구글 검색 등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이 현상이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느낌에 불과한지 따져본 것이다. 구글에서 'iPhone slow'라는 검색어 입력 횟수를 확인했더니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관련 검색어가 급증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체계인 삼성 갤럭시는 신모델 출시와 상관없이 '느려짐' 검색어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기업이 구형 제품의 성능을 저하시켜 새 제품을 사도록 유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유명 프린터 제조사들이 고의로 제품 수명을 줄인 혐의로 프랑스 법정에 서게 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소비자단체가 캐논'엡손'HP 등 프린터 제조사들이 계획적 구식화 전략을 동원해 새 제품을 사도록 유도했다며 고발한 것이다. 특히 엡손 잉크 카트리지에는 잉크가 20%나 남아 있는데도 작동을 멈추도록 프로그램돼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고의로 제품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관련 법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런 사례가 과연 프린터에 국한된 문제인지는 의심스럽다. 소비가 미덕이라며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는 악덕 상술이 요즘 기업의 DNA는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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