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기림비'

입력 2017-09-24 19:18:17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어찌 살라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 세인트메리스 스퀘어파크에서 역사적인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이 열렸다. 재미 행위예술가 이도희 씨가 흰 한복을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서 장구를 치며 '가시리'를 구성지게 열창하자 맨 앞줄에 마크 혼다 전 하원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0) 할머니는 치마 고름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2015년 9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기림비 결의안이 통과된 후 일본의 온갖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2년여의 모금운동과 디자인 공모, 작품 제작 등을 거쳐 미국 내 공공부지로는 8번째이자 미국 대도시 최초의 위안부 기림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 명의 한국'중국'필리핀 소녀가 서로 손을 잡고 둘러서 있고, 이를 이용수 할머니가 바라보는 형상인 이 기림비는 캘리포니아주 카멜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가 '여성 강인함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제작했다.

기림비 동판에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여성과 소녀 수십만 명이 일본군에 의해 이른바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또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고통의 역사가 잊힐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는 위안부 할머니의 유언도 담겨 있다.

이날 제막식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들과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 총영사관 등 한국 정부 측 인사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기림비 건립에 관여했다"는 일본의 억지 주장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총영사관 측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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