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으면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다.
소박하고 가난한 마음을 가진 여성 성직자들이 있다. 삼소회(三笑會)이다. 삼소회는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시작으로 가톨릭과 불교, 그리고 원불교 여성 성직자들이 장애인을 위한 음악회를 열면서 태동하였다. 가톨릭 수녀와 원불교 정녀(교무), 그리고 불교 비구니들이 이 아름다운 모임을 이끌며 지금까지도 그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오고 있다.
전남 영광(원불교), 영국(성공회), 이스라엘(가톨릭)을 다 함께 순례하며 갈등 없는 화해로 종교의 벽을 허물고 있다.
세상은 녹록지 않아서 탐욕의 세계는 호시탐탐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진흙 속에서도 연꽃을 피우며 흐린 물을 맑히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강서성 구강시에 있는 여산은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던 곳이다. 여산은 운무차가 유명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지금은 고딕풍의 대성당과 이슬람 사원, 교회와 일본식 건물 등 다양한 모든 종교를 포용한 세계의 도시가 돼 있다.
동진시대 무렵 여산 동림사에 혜원법사가 계셨다. 법사는 호계(虎溪)계곡에 절을 짓고 동림사(東林寺)라 하고 다리 건너 산문 밖으로 평생 나가지 않았다. 누가 찾아와도 이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며 금족을 맹세했다. 어느 날 유학자 도연명과 도교 도사인 육수정이 찾아왔다. 세 사람은 자리를 함께하며 토론하게 됐다. 헤어질 무렵에도 세 사람은 이야기에 빠져 그만 자신들도 모르게 호계 다리를 넘어버려 금계를 깨고 말았다. 그때 이 사실을 알고 세 사람은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손을 잡고 크게 웃었다.
호계삼소는 이렇게 유래되었고 호계삼소도가 서화와 그림으로 전해지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삼소회는 이와 같이 차별과 다름이 본래 없었음을 기조로 해서 문화현상으로 전해져 왔다.
삼소회 회원들은 지금도 국내외 성지를 순례한다. 엄격한 여성 성직자들은 아베마리아와 찬불가를 함께 부르며 우정을 쌓아간다.
원(圓), 천(天), 불(佛)의 등산모임도 만들었다. 매월 정기 모임에는 '자비로 충만하신 부처님' '사랑의 하느님' '은혜의 본원이신 법신불 사은님'에게 9번 절을 올린다.
삼소회는 기도로 시작해 봉사로 회향한다. 지금은 성공회 수녀와 개신교 언님(여성 독신 수행자)도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교단과 내부에서 오해와 질책도 받았다. 베네딕도 교황님과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격려와 성원으로 지금은 교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2017년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광장에서 있었다. 각 종교가 함께하는 종교문화마당은 공연, 영화, 연극 등 열린마당과 문화마당, 그리고 세계종교포럼이 문화축제로 진행돼 종교 간 아름답고 성숙한 공간이 되었다.
한국불교에서 6천400여 명의 비구니 공동체는 늘 약자와 피해자로 인식되어 왔다. 일제강점기에 민족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여성운동으로 한국 비구니계를 이끌었던 김일엽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격동의 시대에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도쿄 유학까지 한 뒤 수덕사에서 만공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서양화가 나혜석과 함께, 근대의 대표적 신(新)여성이셨다. 수덕사 견성암에서 열반의 순간까지 수행해 근세에 보기 드문 선승으로 평가받았다. 일엽 스님이 법문하는 날에는 수녀님, 원불교 교무님도 멀리서 찾아와 법문을 들었다.
일엽은 당대의 여장부로서 시대를 앞서간 선지식이다. 견성암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의 비구니 선원이다. 스님은 잠잘 때도 바닥에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자세로 수행하셨다.
최근 일엽 스님의 평전이 나왔다. 그리고 스님의 저서인 '어느 수도인의 회상'은 영문판으로 50년 만에 출간돼 이미 아메리칸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여성은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일엽 김원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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