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빵집 사장이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입력 2017-09-22 19:02:18

류호성 씨 '혁명은 변두리 시골 빵집에서 시작된다' 펴내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류호성 씨. 그는 최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류호성 씨. 그는 최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전종훈 기자

20여년 경영학 교수로 지낸 저자

퇴직 후 청송으로 귀촌 빵집 경영

가짜 애국·가짜 촛불 등 사회 비판

시골 빵집 사장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류호성(60) 씨. 그가 펴낸 에세이집 '혁명은 변두리 시골 빵집에서 시작된다'(책과나무)는 빵과 자본주의의 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인상 깊다.

그는 일본의 시골 빵집 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펴낸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책 제목이 다소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그는 와타나베의 책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다는 것. 특히 1999년 '자본주의여, 반성하라'(진리탐구)라는 책을 이미 펴낸 그는 그 책에서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빵'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대구에서 20여 년간 대학교수로 교단에 섰던 그는 지난 2013년 4월 부인의 고향인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로 내려와 빵집을 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수십 년간 경영학도를 키워낸 그가 빵을 만들리라곤 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류 씨는 "2006년 대학에서 명예퇴직하고 나서 다양한 일을 하며 살다가 처남이 운영하는 청송의 빵집을 인수하게 됐다"며 "아내의 고향이라 좋았고 스스로 경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내려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평생 책만 만지던 손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제빵학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땄다. 청송에 내려와서도 몇 개월간 기술자를 고용해 월급을 주며 빵을 배워 겨우 빵집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다.

그는 "빵집 문을 연 지 1년이 되니 빵 모양새도 어느 정도 갖춰지고 손님들 입에서도 '맛있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며 "그래서 새벽에 반죽하러 나오고 나서 1차 숙성 기간 동안 집필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내가 빵을 만들 때, 설탕이 달콤하다고 그것만 많이 넣으면 빵 맛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또한 빵이 싱겁다고 소금을 많이 넣으면 그 빵 역시 이상하고 희한한 빵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그렇다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농부' '가짜 애국심' '가짜 촛불' '우파' '좌파' 등을 글의 소재로 사용하며 매우 자극적으로 중심을 잃은 현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류 씨는 "책을 펴내고 나서 제대로 빵쟁이가 돼보자는 생각에 사과를 원료로 하는 빵을 개발하고 있다"며 "빵 이야기도 좋고, 책 이야기도 좋으니 빵집에 많은 사람이 놀러 와 세상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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