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호강시대를 열어가자

입력 2017-09-21 00:05:01

"바람이 불면 강변의 갈대밭에서 비파(琴)소리가 나고, 호수(湖)처럼 물이 맑고 잔잔하다."

위의 글귀를 읽으면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에 그려진다.

시간과 품을 들여 멀리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늘 가까이 흐르고 있는 금호강(琴湖江)의 유래를 설명한 글귀다.

금호강은 포항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에 합류할 때까지 굽이굽이마다 절경이 이어진다.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장가인 서거정 선생은 대구 10경 중 '금호강의 뱃놀이'(금호범주'琴湖泛舟)를 제1경으로 손꼽기도 했다.

또한, 왕건과 견훤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활을 쏴 하천이 온통 화살로 뒤덮였다는 전탄(箭灘, 살내), 붉은 진달래가 만발해서 이름 붙여진 화담마을 등 역사적 유래와 흥미로움이 가득한 지명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금호강은 예로부터 우리 대구시민의 소중한 생명수이자 생활의 터전이었으며, 금호강 굽이굽이에는 선조의 얼과 혼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금호강은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소외되었다. 대구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성장하는 동안 신천 주변은 눈부신 변화를 맞이하였으나 금호강 일대는 잊혔다.

그러나 최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쾌적한 환경과 수변공간의 중요성이 대두함에 따라 금호강이 재조명받고 있다. 바야흐로 다시 '금호강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반 사업도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 대구에 마지막 남은 노른자인 검단들은 금호워터폴리스 사업으로 놀라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11만7천㎡의 부지에 산업'복합상업'지원'주거시설이 들어서 도심 내 친환경 산업단지로 탈바꿈한다.

노후된 제3공단은 산업단지재생사업을 통해 도시형 산업단지로 거듭난다. 특히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은 로봇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려는 야심 찬 포부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지자체와 모든 시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금호강의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비닐하우스로 뒤덮였던 금호강 노곡섬(하중도)은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북구청은 총 170억원을 투입하는 '금호강 관광자원화 사업'을 내년에 착공하여, 금호강 일대를 자연생태 복원과 함께 빛과 소리, 감동을 주제로 하는 특색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여러 사업의 추진만으로 금호강시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시민들이 직접 금호강을 찾아 여가를 즐기고, 아이들이 깨끗한 수변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때에야 비로소 금호강 시대가 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3, 24일 양일간 산격대교를 기점으로 노곡섬에 이르는 강변에서 개최되는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는 금호강 시대를 알리는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제3회째를 맞이하며, 북구를 넘어서 대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는 금호강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전 시민이 즐기는 축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축제로 열린다. 지난 8월 완공된 '금호강생태공원'은 금호강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잘 정비된 수변공간을 선보일 것이며, 금호강의 바람과 길을 테마로 준비한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은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왕건과 견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탄재현불꽃놀이'는 이번 축제의 '킬러 콘텐츠'로, 가히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깨끗하고 수려한 금호강을 찾아 낭만이 가득한 이 가을에 정겨운 추억을 마음에 담아가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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