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의 전략이론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수단만 다를 뿐 정치 활동의 연장이다. 정치적 의도는 목적이고, 전쟁은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수단과 목적은 결코 분리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전쟁의 목적은 국가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며, 따라서 전쟁은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전쟁의 이런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보호하려는 국가 자체를 전쟁의 제물로 만든다. 엄청난 위력 때문에 '제한적 전쟁'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전 세계인들이 핵무기의 이런 악마적 성격을 실감한 계기가 1953년 3월 1일 미국이 태평양의 비키니섬 환초(環礁)에서 터뜨린 수소폭탄 '캐슬 브라보'였다.
폭발 위력은 15메가톤으로 실험 전 예상했던 5메가톤의 3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750배에 달했다. 이 폭발로 생긴 방사능 낙진은 바람을 타고 수백㎞ 밖까지 퍼져 일본의 참치잡이 어선을 오염시켜 6개월 뒤 선원 1명이 죽었다. 또 방사능을 띤 미세 파편들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세계 각국의 방사능 검출기가 일제히 작동했다.
이런 위력 앞에 당시 영국 총리로 재선된 처칠은 엄청난 공포를 느끼면서도 핵시대에서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란 영감을 얻었다. 그는 하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새로운 공포는 인류 절멸의 평등 원칙을 초래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잠재적 파괴의 보편성에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칠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도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처칠의 말은 핵은 핵으로만 맞설 수 있고, 그래야 평화가 가능하다는 '공포의 균형'과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술핵 재배치 없이도 한반도 내 핵 공포에 대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 관심이 폭주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는 무용지물이 되고, 핵전략'전술에 관한 모든 작전 교범(敎範)은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그리고 송 장관은 파천황(破天荒)의 공포의 균형 전략을 창안한 불세출(不世出)의 전략이론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전술핵 재배치 반대를 위해 이젠 듣도 보도 못한 '핵 없는 핵 공포 균형'이란 궤변까지 늘어놓는 데서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국민의 수준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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