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입찰, 실적증명서 확인 안 한다

입력 2017-09-19 00:05:01

경찰의 학교 졸업앨범 부정 입찰 수사(본지 5일 자 8면 보도)와 관련해 대구시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해당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찰 참가를 위해선 각 업체가 과거 앨범 제작 실적 등을 증명해야 하는데 허위 실적증명서를 제출해도 교육당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8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앨범 업체에서 허위 실적증명서를 제출해도 일선 학교들이 눈 감고 넘어가거나 아예 실적을 요구하지도 않은 채 입찰을 공고, 대구지역에 유령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작 능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입찰가격만으로 선정하는 '로또 입찰'이 입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주범이라고도 지적했다.

A업체 관계자는 "거래 실적이 전무한 유령 업체가 허위 실적증명서를 만들어 제출해도 낙찰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최근 대구 업계에선 '유령 업체 안 만들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부정 입찰이 일반화돼 있다"고 꼬집었다. 또 B업체 관계자는 "정직하게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은 수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서점업계가 학교에 도서를 납품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동원해 문제가 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일선 학교들은 입찰에 나선 업체가 유령 업체인지, 실적증명서가 가짜인지 등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 한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졸업앨범 업체를 선정하면 시교육청으로부터 청렴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업체의 부정 입찰을 알고도 눈 감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입찰에 참여한 100여 업체를 방문하고 실적증명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교육청은 위반 업체 적발 시 최대 2년간 공공기관 입찰 참가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와 일선 학교 모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시교육청이 경쟁입찰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부정 입찰은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발되면 다시 가족 가운데 다른 사람 명의로 만들면 그만이지 않느냐"며 "형사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처벌에 따른 손실이 졸업앨범 1회 납품으로 얻는 수익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유령 업체 난립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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