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기술보다는 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충 해도 잘 될 때가 있고 죽으라고 해도 안 될 때가 있다. 모든 것은 때(時)가 있다. 꽃이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다. 만날 때가 있고 헤어질 때가 있다. 여름에 잎이 무성할 때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던 잎들이 가을이 깊어 가면 가만히 있어도 떨어진다. 바다가 잔잔할 때도 있고 거칠 때도 있다. 우리가 때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때에 맞게 자신을 조절할 수는 있다. 파도가 거칠 때는 배를 안전한 항구에 정박시켜 닻을 내리고 파도가 잠잠해지면 돛을 올려 항해해야 한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남송 시대의 주희는 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蒙衝巨艦一毛輕(몽충거함일모경)
向來枉費推移力(향내왕비추이력)
此日中流自在行(차일중류자재항)
지난밤 강가에 봄비 내려 물이 불어나니
거대한 전함이 털처럼 가볍게 떠올랐네
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거늘
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다닌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배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 마른 강과 같다고 하더라도 때를 기다리면 어느 날 봄비가 내려 배를 띄울 수 있다. 지금 자신의 강물이 얕아 큰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강이 불어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지혜다. 자신의 강물이 언제 불어날지는 알 수가 없지만, 때가 되면 비는 오기 마련이고 비가 오면 강물은 불어난다. 그때 큰 배를 띄워보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강물이 불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배를 점검하는 일이다. 강물이 말라 배를 띄울 수 없는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지만, 물이 불어나도 배에 구멍이 나서 띄울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나 올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몇 번의 기회가 왔었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어 그냥 지나쳤고, 기회라고 생각했더라도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던 일이 내일 당장 일어날 수도 있다. 당신도 봄비를 만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고, 배를 띄워 먼바다로 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때가 왔을 때 그것을 볼 수 있는 지혜와 잡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준비된 배가 있어야 한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때는 요란하게 오지 않고 조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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