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700만명 죽이는 '은밀한 살인자'…『미세먼지 극복하기』

입력 2017-09-16 00:05:05

미세먼지 극복하기/ 김동식'반기성 지음/ 프리스마 펴냄

여름이 지나간다. 찬바람이 불면 찾아올 불청객,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해 다룬 책이 나왔다. MIT 출신의 기상기업인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와 기상 분야 연구와 강의로 이름을 알려온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이 함께 쓴 '미세먼지 극복하기'다. 제목처럼 미세먼지의 모든 것,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인체, 기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뒤 토털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미세먼지 어떻게 만들어지나

입자상 물질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에어로졸(aerosol), 보통 먼지라고 한다. 먼지는 0.001~1,000㎛까지 크기가 다양하지만 50㎛ 이상일 때는 바로 가라앉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다. 모래의 9분의 1, 머리카락 지름의 7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 크기다. 이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 2.5㎛ 이하 먼지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먼지는 오염원이 대기로 직접 배출하는 토양, 금속성분,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1차 입자와 이들이 공기 중 산소'오존'수증기와 화학 반응해 만들어지는 이산화질소, 황산염 등 2차 입자로 나뉜다. 난방'실내활동'기타 이유로도 미세먼지가 만들어진다. 초미세먼지는 불완전 연소, 자동차 배기가스, 화석연료 연소, 산업 공정, 도장용재, 농림축산업 등 발생원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화력발전과 대규모 산업단지, 소각 농업 등으로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높은 중국에서 배출한 미세먼지의 양과 경로 추적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대규모 개간으로 급속도로 진행된 중국 내륙 사막화는 황사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황사가 이동할 때 묻어오는 중국 내 대기오염물질과 미생물이 미세먼지의 농도를 더한다. 먼지의 이동을 돕는 상층 풍향은 서풍(50%)과 북풍(24.5%)으로, 국가별 발생원에 대한 측정이나 실험이 없이도 중국을 원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람 죽이는 미세먼지

뱃고동이 울리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인천 앞바다에 가면 깨끗한 바닷바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다. 초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도로'비도로 오염원이 30%를 넘게 차지한다. 비도로 오염원의 절반은 선박이다. 발전소와 선박이 모여 있는 울산'인천'부산은 해풍과 함께 들어오는 선박이 미세먼지의 농도를 높인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기도 깊숙이 들어와 침착하는 분진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부작용을 일으킨다. 염증반응은 천식,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순환기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심장질환자 사망률은 1.2배, 심부정맥 혈전증이 70%, 폐암 위험도는 1.22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밖에서 흡연 후 바로 실내에 들어가면 미세먼지가 50배가 된다고 한다. 이 '은밀한 살인자'는 흡연보다 더 위험하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한 해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가 700만 명에 이른다고 했는데, 이는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600만 명)보다도 많다. 임신 중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저체중아 출산과 37주 이내 조기출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가로세로높이 30㎝ 공간에 0.1㎍ 먼지입자 1개만 허용될 정도로 먼지에 민감한 반도체 산업도 먼지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조선'자동차 산업현장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으면 도장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일조량을 감소시키고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방해해 농작물 생장에 장애를 준다.

◆미세먼지 저리 가라

미세먼지는 창문을 꼭꼭 닫아도 소용없다. 화석연료 연소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이지만 난방과 조리 등 일상생활에서도 먼지는 생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실내공간은 점점 밀폐화하고 환기가 부족한 만큼 실내 공기질은 나빠진다.

실내 공기질부터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기업은 어린이집'도서관'학교'병원에 실내공기측정기를 설치해 공기질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는 쾌적한 실내공기 관리로 손님을 사로잡는다.

미세먼지는 가전제품 회사, 주식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필터 기능이 강화됐고, 제습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의 매출도 증가세다. 애완견 마스크 등 관련 상품도 등장했다. 공기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책은 미세먼지를 피할, 미세먼지를 떨칠 모든 방법을 소개한다. 황사철 삼겹살의 효과는 제한적이나 녹차'양파'마늘'미역'굴'전복 등을 즐겨 먹고, 물이나 차를 충분히 마셔 유해물질의 배출을 도우라고 한다.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 베이크아웃(입주 전 5일 이상 난방을 가동해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환기를 시키는 방법)을 하고, 새 차를 사면 비닐 커버를 바로 떼라는 조언도 담았다. 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환기를 시키고, 가습기나 분무기로 습도를 높여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를 닦을 것을 권한다.

정책 제언도 담았다. 석탄정책을 수정하고, 친환경 차와 녹지를 늘리는 방법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면서 인공강우, 물안개 같은 지구공학 기술로 제거할 수 있다. 국제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중국에 미세먼지 감축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아끼지 않았다.

OECD는 대기오염이 개선되지 않으면 2060년까지 한국인 900만 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 불똥은 고등어에 튀었다. 지난해 5월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했던 환경부의 성급한 발표에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누명을 쓴 고등어 소비는 뚝 떨어졌고, 소비량은 30~40%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그래서 올바로 알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고등어야 미안해."

28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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