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도심재생 성공 요인…가장 오래된 구도심 역사·이야기 입히다

입력 2017-09-13 00:05:00

3·1만세운동길·이상화 고택…매력적인 콘텐츠를 공간에 담아

전문가들은 중구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요인을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두 맥락으로 분석한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구도심이라는 약점을 '역사와 이야기가 서린 고풍스러운 옛 도시'라는 강점으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경상감영이 포정동(현 경상감영공원)에 설치된 1601년부터 중구는 항상 영남의 중심 노릇을 해왔다. 3'1운동 당시 대구 학생들이 일본 경찰을 피해 몰래 만세장소로 이동한 '3'1만세운동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항일시인 이상화가 살던 고택 등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사'생애사는 자연스레 도시재생의 콘텐츠가 됐다.

중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공간'에 담아내 생동감을 살렸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공간화' 전략이다. 이상화'서상돈 등 고택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제시하고, 약령시에서는 현존하는 중구 주민들의 기억을 시각화했다.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국채보상운동의 기생 모금 등 민초들의 이야기를 골목길 구석구석에 담아냈다. 또 옛 본영당 서점 인근 건물의 '황소 모자이크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파헤쳐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스토리텔링의 공간화는 세계적인 도시재생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시는 화물열차 철길로 쓰이다 20여년 이상 버려진 채 방치돼온 고가철도망을 활용해 2014년 공중산책로 '하이라인 공원'(Highline Park)을 개장,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독일 에센(Essen)주의 '졸페어라인 폐광산'(Zollverein) 역시 140여 년간 이어져 온 광부들의 생활사와 방치된 시설물들에 담긴 스토리를 그대로 활용,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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