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광기와 핵폭탄

입력 2017-09-12 00:05:04

광대가 리어왕에게 물었다. "미친 사람은 신사인가요, 농부인가요?" 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왕이지, 왕."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 나오는 내용이다. 리어왕은 두 딸이 안겨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표현대로 '뇌 속까지 파고드는' 병에 걸렸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광기와 왕으로서의 통치행위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대상이었고, 그 결말은 자신과 가족의 파멸이었다.

역사가들은 잔인한 폭군과 독재자를 두고 정신질환 여부를 의심하곤 했다. 아무리 권력이 광기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렇게 무도하고 잔학한 통치행위를 할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미치광이 군주는 엄청나게 많았다. 조선의 연산군'광해군'사도세자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샤를 6세, 영국의 헨리 8세, 조지 3세 등은 정신이상자 같은 행동을 보였다. 정신질환자는 모든 계급에서 나타났지만, 왕실 가족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감수성 예민한 왕위 계승자는 의심과 음모가 판치는 왕실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같은 독재자를 정신병리학적으로 분석하면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된다. 이들이 권력을 잡을 때는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말년에는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과도한 권력욕은 정신장애를 일으켜 인격을 타락시키고 부패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은 "병적인 마음은 기어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반면에 정상적인 마음은 기어를 바꿀 수가 있다"고 했다.

잇단 핵실험으로 '세계의 공적'이 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머리가 좋고 뛰어나다'고 했고, 일부에서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다"고 했다. 그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 있다.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정보나 불분명한 목격담밖에 없으니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미국을 상대로 '핵 도박'을 할 정도이니 배포가 있거나 '간이 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상적인 인물인지, 미치광이 같은 인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의 손에 한반도 운명이 달려있다는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프랑스 역사가 샤를 튀타유의 말이 기억난다. "(북한 같은) 군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왕(지도자)의 인격적인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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