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확~ 달라졌어요
남편 "자기야, 하루 종일 아기 보느라 힘들었지", 아내 "아니, 여보도 일하느라 고생했지". 결혼 2년 차인 남편 고경옥(34) 씨가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집에 들어와 아내 김진(31) 씨와 나눈 첫 인사말이다. 그리고 고 씨는 "아빠"하고 팔을 쭉 벌린 예쁜 공주 담희(2) 양을 안아주고 뽀뽀를 해주었다. 행복한 분위기에 가족 모두에게 웃음꽃이 활짝 폈다. 사실 고 씨는 결혼 초기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칭찬을 제대로 못 했다. 아내가 "나 오늘 아기 보느라 정말 힘들었어"라고 말해도 남편은 영혼 없이 "응" 하고 짧은 대답을 하는 게 다였다. 이런 남편이 지난 6월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가 진행한 워킹대디 가족사랑 교육 '신(新)'통(通)'남(男)'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무뚝남'에서 '소통남'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신혼 초 젊은 나이에 '신통남' 교육을 받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구초등학교 인근 빌라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고 씨 부부를 만나봤다.
◆신혼초
◇자신만 생각했던 무뚝뚝한 남편
서울 태생인 남편과 대구 토박이인 아내는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만났다. 남편은 대구지사에서 일했고 아내는 부산 본사에서 일했다. 서로 왕래하며 2년간 열애기간을 가졌다. 여행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2015년 10월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 속도위반(?)으로 이듬해 4월 서둘러 결혼했다. 그해 7월 예쁜 공주가 태어났다. 그 후 아내는 딸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남편은 손님을 많이 대하는 직업이라 토'일요일 없이 밤늦게 귀가할 때가 많다. 일주일에 4, 5일은 늦었고 집에 오면 피곤해 잠자리에 들기 바빴다. 아내는 딸 육아와 집 안 청소 등 온종일 힘든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육군 중사 출신의 직업군인이었다. 그는 원래 활발하고 개방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직업군인을 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보수적이고 재미없고 점점 폐쇄적인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고 한다. 결혼 후에는 직장 핑계로 아내를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행동했다. 그는 아내를 위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했다. 또 귀가가 늦어 딸과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가 못 된 것도 마음 아팠다. 야구를 좋아하는 그는 일찍 집에 오는 날에는 TV중계에 빠졌다.
"하루는 아내가 TV 방송 중인 '아빠의 전쟁' 프로그램을 함께 보자고 했어요. 우리나라 아빠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하루 6분이라는 멘트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저 또한 그렇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나도 아내와 딸에게 미안했어요."
그는 그런 자신이 답답해 자책도 많이 하고 생각을 바꾸고자 수시로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 날 대구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나는 아빠, 통하는 남편, 멋진 남자'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그는 변화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내 몰래 교육을 신청했다.
◆교육 후
◇배려하고 소통남으로 변해가는 남편
신통남 참가자 30명 가운데 고 씨의 나이가 가장 적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과 서먹서먹했지만 교육 중 서로 인사를 나누고 토론하다 보니 차츰 친근해졌다고 한다. 어떤 분은 아내가 몰래 신청해 끌려왔다는 얘기에 모두 빵 터졌다고 한다. 교육 중 소통에 대한 교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똑같이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자기를 희생할 줄 알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면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교육 수료날 가족과 함께 홈파티를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자신의 입장보다 아내와 딸의 시선에 맞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슴에 와 닿게 되었다. 우선 그는 집 안 냉장고 문에 '자상한 아빠 되기'를 약속한 글을 붙였다. 매주 5일 이상은 일찍 귀가해 가족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 가지씩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앞치마를 입고 요리남으로 변신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저녁상을 차려 아내와 딸과 오순도순 밥을 먹는다. 주메뉴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찜 종류란다. 아내는 "남편 요리 솜씨는 별로지만 맛있게 먹고 있다"고 자랑한다. 고 씨는 아기 기저귀 등 세탁일을 거의 도맡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직접 한다. 일찍 집에 들어와 딸과 스킨십하며 놀아주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유아방송을 보며 동요를 따라부르고 인형놀이 장난감을 갖고 함께 놀아준다. 아내는 "뭘 물어도 대꾸를 잘 안 하던 남편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았는데 요즘은 가족들과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달라져 보인다"고 웃었다.
그는 "아내는 사교적이고 예의 바르며 남을 잘 챙겨주는 착한 스타일"이라며 "그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줬는데 멋진 아빠, 소통하는 남편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둘째 아이를 낳을 계획에 고 씨 부부의 얼굴에는 가을 하늘 뭉게구름처럼 행복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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