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4차 산업이 있다 하자. 아직 오지 않았어도 왔다 쳐야 하고 없어도 있다 쳐야 한다. 기업을 한다면 그래야 지원도 받고 대화도 되고 뭔가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이 4차 산업이 혁명을 일으켰다 치자. 이건 정말 그랬다 쳐야 한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이 하나 달라진 게 없음에도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시대 변화에 뒤처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만 잘 준비하면 될 줄 알았다. 대부분 인터넷 홈페이지의 인사말은 '급변하는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로 시작했다. 지금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로 시작한다. 아직 정보화시대도 다 준비 못한 것 같은데 말이다. 불문곡직 무얼 하든 우리가 표상처럼 여기는 선진국 사람들이 그렇다 하고 우리도 인사말 정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다 하니 안 믿기도 어렵고 안 따라가기도 곤란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상한 게 가시진 않는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시가 내세우는 정책을 보면 4차 산업이란 일단 좋은 것이다. 전부는 아니라 해도 최소한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선점하고 선도해서 우리가 그 주역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구의 내일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대구는 지난 세월 섬유만 한 게 아니다. 이미 글로벌 지식경제 도시였고 누구 못지않게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빌 게이츠가 임베디드 시스템을 이야기하면 펌웨어 장비를, 아바타가 뜨면 영상 장비를 사들였고 한동안 게임이, 한동안 모바일이, 또 그전엔 캐릭터 산업, 그러니까 이른바 3차 산업혁명이 대구의 새 희망이 될 거라 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 한다.
우리가 말하는 4차 산업은 3차 디지털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계속해서 세상은 디지털화되어 왔고 신경망 이론은 20년 전에도 인공지능 분야에 쓰이고 있었다. 오감을 대신하는 센서(Sensor)도 있었고 IP 주소를 가진 카메라는 알아서 통신했다. 그런 것들이 가랑비처럼 내려 이제 항아리가 넘칠 때가 된 것뿐이다. 그러니 뭐 하나라도 제대로 했다면 4차 산업을 처음 본 것처럼 새삼 부산 떨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즉 대구다운 것을 찾고 대구다운 것을 만들고 대구다운 일을 못했을 뿐이다. 4차 산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다름과 도시의 매력을 어떤 방법과 어떤 순서로 찾아내고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지금처럼 공무원이 결정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5차 산업혁명 시대가 올 때쯤에도 대구는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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