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서 급수 받고 지하수 관정 폐쇄하고…지하수 태부족 '비상'

입력 2017-09-01 00:05:01

대구 동구의 한 노인요양원은 해마다 지하수 부족으로 소방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지하 물탱크에 물을 공급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의 한 노인요양원은 해마다 지하수 부족으로 소방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지하 물탱크에 물을 공급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의 한 노인요양원은 해마다 지하수 부족으로 소방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지하 물탱크에 물을 공급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의 한 노인요양원은 해마다 지하수 부족으로 소방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지하 물탱크에 물을 공급받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하수를 사용하는 동구의 한 노인전문요양원은 해마다 물 부족에 시달린다. 특이 겨울과 봄이 되면 인근 119안전센터에서 급수를 받는다. 수년째 반복되는 상황이다. 100m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려 물탱크(45t)를 가득 채웠지만 줄어든 지하수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인근 마을과 미나리 재배 농가의 지하수 관정 깊이(100~300m)만큼 다시 관정을 뚫어야 할지 고민이다.

#중구의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은 지난해 10월 이용하던 지하수 관정을 폐쇄했다. 최근 들어 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별도로 관정 수리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폐쇄를 선택했다. 이곳은 폐쇄 직전 하루 75~80t의 지하수를 뽑아 올려 화장실 등에서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몇 해 사이 물줄기가 약해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한창 잘 나올 때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며 "당장 수량이 부족하진 않지만 비용을 들여 관정을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하수가 말라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수위가 낮아지고, 이용량도 줄고 있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업체와 시설 등이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강수량이 줄어든 기후변화와 함께 물이 지면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도시화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각종 용수의 과잉 채수와 지하시설물의 유출 지하수 등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낮아지는 대구 지하수위

대구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지하수관측망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6~8월) 평균 지하수위가 낮아졌다. 대봉지점은 1997~2006년 평균 지하수위가 27.57m(표고기준)에서 2007~2016년 26.22m로 1m 이상 낮아졌다. 같은 기간 비산지점(암반)도 18.40m에서 17.48m로 지하수위가 내려갔다.

대봉지점은 1999년 정점(30.83m)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2004'2005년에 27m 이하로 떨어졌다. 2014년에는 25.92m까지 수위가 낮아졌다. 비산지점(암반)은 2010년대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2003년에 19.02m까지 올라갔던 수위가 2011년 이후로는 16m 후반에서 17m 초반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하수는 수위뿐만 아니라 양도 감소했다. '2017~2026년 대구시 지하수관리계획'에 따르면 지하수 함양량과 개발가능량이 줄었다. 대구 지하수의 함양량은 2006년 1억5천310만㎥에서 2016년 1억4천40만㎥으로 8.3%가 감소했다. 이 기간 개발가능량은 1억410만㎥에서 8천840만㎥로 더 큰 하락세(15.1%)를 보였다.

실제 이용량도 줄었다. 대구의 전체 지하수 이용량은 2005년 3천47만㎥에서 2015년 2천911만㎥로 4.5% 감소했다. 이 중 생활용수가 2천308만㎥에서 1천729만㎥로 25%나 급감했다. 구별로 보면 10년 사이 중구가 63.5% 감소했고, 남구(61.1%)와 서구(51%), 수성구(43.4%), 달서구(22.8%) 등의 이용량이 줄었다.

◆곳곳에서 지하수 부족

지하수 감소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특히 목욕탕 업계는 지하수 부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하수 물줄기가 약해지고 새로운 관정을 뚫어야 하는 일도 있다. 동구의 경우 지난해에만 목욕탕 6곳의 지하수 관정을 폐쇄했다. 안애숙 한국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사무국장은 "업주들이 모여 회의를 하면 지하수가 예전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수압이 약해지거나 아예 잘 나오지 않아서 관정을 다시 파야 하나 고민을 하는 업주들도 있다"고 말했다.

상수도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들도 지하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동구 팔공산 자락의 일부 마을 주민은 공동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겨울과 봄에 되면 지하수가 고갈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가뭄과 함께 지하수를 사용하는 미나리 재배 농가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개인 관정(10~30m)보다 미나리 농가 관정(100~300m)이 더 깊어서 피해가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하철로 흘러드는 지하수 양도 줄었다. 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일부 역들에서 지속적인 감소 현상이 확인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영대역~교대역 구간 지하수 유입량이 2005~2008년 시간당 39~44t이던 것이 2013~2015년 11~15t으로 급감했다. 이외에도 동대구역과 대곡역, 다사역, 두류역 등도 유입량이 줄었다.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원인

지하수 감소 현상은 사용량보다 지하수 함양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강수량이 줄었다. 지하수위가 낮아진 1997~2006년과 2007~2006년 사이 여름철 평균 강수량이 704㎜에서 557㎜로 감소했다. 비가 오더라도 짧은 시간에 몰아치는 집중호우가 빈번해짐에 따라 빗물이 우수관과 하천으로 흘러가버리게 된다. 여기에 도로와 건물 등 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어려운 도시화의 영향이 더해졌다.

무분별한 지하수 이용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구의 지하수 이용 시설 수가 2005년 5천109곳에서 2015년 5천281곳으로 늘었다. 이 탓에 시설 1곳당 연간 이용량이 5천964㎥에서 5천512㎥로 7.4%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지하수 이용량 감소 폭(4.5%)보다 더 크다. 지하수가 줄어드는 데도 시설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1곳당 이용량이 적어진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하수 관정은 하루 시설용량이 100t 미만이면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개발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다만 시설용량이 큰 곳은 지하수 영향조사를 거쳐 다른 관정에 영향을 줄 경우 허가를 제한하는 등 허가제로 운용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굴착이나 지하구조물에 의한 유출 지하수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2014년 대구의 하루 평균 유출 지하수가 1만8천340㎥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지하수 하루 이용량 8만㎥의 23%에 달한다. 상당량의 지하수가 지하구조물로 흘러들어 생활용수와 청소용, 하천유지수로 쓰이는 등 하수관이나 하천으로 내보내 진다.

배상근 계명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철과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비가 와도 땅으로 침투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됐고,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 때 사전재해영향성 검토를 거치지만 허점이 있기 때문에 우수침투시설 등 지하수 자원을 보존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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