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막말 퍼레이드

입력 2017-07-28 00:05:0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입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그의 입은 지난 대선 때 한동안 중앙 정치권에서 떨어져 있었던 그를 단번에 주목받게 한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문재인을 뽑으면 김정은이 대통령이 된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의 수렴청정을 받을 것이다" "선거에 못 이기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

그의 거침없는 말들은 많은 이들에게 시선을 쏠리게 했으나 각종 논란도 함께 불러왔다.

"가장 솔직한 말들을 '막말'로 매도하는 세상이지만…"이라며 강변했으나 그가 쏟아낸 많은 말은 거칠었고, 표현은 품격을 잃었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과거 전력도 화려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발언으로 민심 탐방 첫 행보부터 구설에 휘말렸고, 민감한 사안을 질문하는 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입은 거침이 없었으나 행보는 길지 못했다. 그는 당시 취임 5개월 만에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말 때문에 낭패를 보거나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 사례는 부지기수다.

2004년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압승이 예상됐던 17대 총선에서 겨우 과반 의석을 넘기는 결과를 초래했고, 2010년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아나운서 모욕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건만, 정치권의 막말 퍼레이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물난리 속 유럽 출장'으로 논란을 빚은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레밍'(나그네쥐라고 불리는 설치류)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레밍은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는 동물로,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빗댈 때 사용하기도 한다. '레밍' 발언은 지난해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상처를 입었던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혔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입이 문제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 노동자들에 대해 '나쁜 사람들' '밥하는 아줌마' 등 품격 낮은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혼쭐이 난 그는 다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일명 '공동체'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막말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다. 그것이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면 더욱 그렇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치인은 자면서도 공인"이라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정치인들의 막말 때문에 귀가 피곤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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