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는 '배달맨'이다
나는 대구에 사는 28세 '배달맨'이다. 24세에 군에서 전역하고 일자리를 찾다 배달업계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조금씩 뜨던 그때, "오토바이 타며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면 돈이 된다"는 동네 아는 형의 말이 솔깃했다. 열심히만 하면 한 달에 수백만원,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게 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첫해에는 한 달에 500만원도 벌었다. 오전 11시 출근해 자정 넘게까지 하루 50건 넘는 배달을 소화했다. 식사시간대인 낮 12시~오후 1시 30분, 오후 7~9시가 피크타임으로 한 번 운행을 나가면서 2, 3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잠깐이었다. 대구 곳곳에 배달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긴 탓에 지금은 하루 평균 30여 건을 처리하는 수준이다. 건당 3천원 남짓을 받으며 한 달을 쉬지 않고 일하면 30만원가량의 오토바이 보험료와 대행업체 수수료, 기름값과 식비 등을 제외하고 200만원 남짓을 가져간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고, 비 올 땐 일 하기가 싫은 순간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고'다. 올해 초 경북대 북문 앞 도로 1차로를 달리다 2차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택시에 부딪혀 중앙선을 넘는 사고를 겪었다. 다행히 맞은편 차량이 급정거해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가 재발했다. 오토바이 수리비, 병원비는 보험 처리해도 입원한 2주 동안 일하지 못한 손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지 햇수로 5년인 지금까지 입원 경험만 10번이 넘는다.
원인은 독촉 전화에 있다. '주문을 접수해 거래처까지 7분, 다시 고객 앞으로 15분'이 원칙이다. 안전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일하지만 거래처 사장님의 전화를 받으면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 퇴근시간까지 겹치면 규정 시간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등과 차로를 무시하고 인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래처도 속사정은 있다. 평소 친절한 사장님도 "왜 늦느냐"는 고객 전화 앞에선 180도로 변한다. 불만을 가진 고객이 '배달 앱'에 안 좋은 후기라도 남기면 매출에 큰 타격이 가는 탓이다. 이를 알기에 마냥 안전만 내세우기가 어렵다.
다른 일보다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문만 접수되면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배달맨의 애환을 손님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배달이 늦었으니 음식을 그냥 가져가라거나, 배달을 시켜놓고 잠들거나 외출한 고객 앞에선 힘이 빠진다. 팁까지 받으며 일하는 선진국 배달맨처럼 대우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것 필요 없이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이 기사는 본지 기자가 5년째 일하고 있는 대구의 '배달맨' 김용민 씨를 취재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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