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독일, 현재 관점서 지속적 반성
2005년엔 스스로 이주국 인정
오늘날 다문화 사회 가치 실현
'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을 열거하자면 아마도 독일 맥주, 소시지, '분데스리가', 앙겔라 메르켈, 아우토반, 괴테, 동서독의 통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이 있을 것이다. 경제, 정치, 문화, 역사적 차원에서 독일의 '선진국' 이미지는 종종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스스로 간주하는 한국 사회와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독일과 한국을 비교함으로써 우리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여러 현안 중 필자는 세계화 및 한국의 다문화'다인종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발생하는 소수자 차별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것은 다분히 필자의 개인적 관심 영역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세계의 창' 지면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17세기 체코슬로바키아의 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인 코메니우스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인간사의 개선을 위해 개개인이 보편적 제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코메니우스가 '범지혜'라고 지칭하는 것은 'omnes, omnia omnino'(모든 인간에게, 모든 것을, 온전하게) 원리를 뜻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온전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성별, 계층, 인종적'민족적 출신, 종교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중요한 인간사 및 세계 현안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하느님의 창조 세상, 즉 하느님-인간-자연 전체를 포괄하는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의 창'에 필자가 글을 쓰고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이 복잡한 세계를 파악하고 개개인이 자기 나름대로 정치적, 도덕적 판단력을 갖추어 평화, 인권,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혹자는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칼럼 하나 읽는데 '거창하고 뜬구름 잡는'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는가?" 필자가 다소 추상적이지만 칼럼을 쓰는 근원적인 이유를 말하는 까닭은, 독일이 자신의 수치스럽고 부담스러운 과거사, 아우슈비츠(Auschwitz)를 오늘날 여전히 기억하고 반성하는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독일 사회로부터 배울 점이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들자면 독일인의 역사의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우리에게 일본이 식민 지배 역사에 대처하는 것과 비교해서 과거 청산의 모범생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부정적 과거사를 망각하고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반성하는 독일인들의 자세와 성찰적 역사 교육 때문일 것이다. 아우슈비츠는 나치스가 유대인을 절멸하려고 만들었던 죽음의 수용소를 가리키는 단어이며, 유대인 대량 학살의 정점을 지칭하기도 한다.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홀로코스트는 독일인에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과거사'이다. 한국이 독일의 역사 대응에서 배울 점은 '아우슈비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독일인들이 역사적 과거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역사의 '현재성'을 인식하고 독일이 역사를 '지금 현재'(발터 벤야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반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인의 역사의식은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아우슈비츠와 같은 인권유린과 반유대주의, 인종주의, 소수집단에 대한 박해와 추방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부정했던 독일은 2005년이 돼서야 스스로 이주국임을 인정하였다. 독일의 외국인 유입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독일은 2015년 11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고 난민 포용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처럼 독일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규제 정책과 법안을 규정하는 추세이다. 물론 난민을 한 명도 받지 않는 동유럽 국가, 예컨대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국가와는 달리 독일은 상대적으로 난민 포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사회 역시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이주민은 200만 명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300만 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문화적 요소가 강화되는 오늘날, 아우슈비츠는 분명 독일의 과거사이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에게 '현재진행형'인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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