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규제 혁신…시민이 행복한 대구

입력 2017-07-25 00:05:01

치맥축제 맥주 판매 합법화…요식업 옥외영업 구·군 설득, 최초 팔 이식 법 근거 마련

치킨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인
치킨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인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연일 수십만 명의 입장객을 기록하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개막 사흘째인 22일 오후 치맥 프리미엄존으로 꾸며진 두류야구장이 다양한 메뉴의 치킨과 맥주를 시식, 시음하며 치맥축제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시 슬로건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가 딱 들어맞는 대구 시정(市政)이 있다. '규제 혁신'이다. 해묵은 규제가 사라지면 주민은 생활이 편리해지고, 소상공인은 장사하기 좋아지고, 전문가는 대구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저마다 '살맛'을 얻는 것이다.

규제를 없앤 자리에 대구시는 늘 '미래'를 염두에 둔 '창의'를 불어넣는다. 세계로 뻗어나갈 축제를 만들기 위해 규제 관련법을 연구 또 연구하고, 규제 혁신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구'군을 설득해 협조를 구할 줄 알고, 대구가 잘하는 분야를 가로막는 규제가 발견되면 어떻게든 없애기 위해 애를 쓴다.

◆'치맥페스티벌' 대박 이끈 전국 최초 축제장 맥주 판매 합법화

"명색이 맥주 페스티벌인데 맥주 종류는 캔맥주밖에 없어 분위기도 살지 않고, 주류 판매단계도 이중삼중이다 보니 값도 비싸 축제 방문객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2016년 초, 치맥축제 관계자들이 대구시에 털어놓은 고민이었다. 치킨은 방문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종류로 공급할 수 있지만 주세법,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의 제약 때문에 치맥축제에서는 몇 종류 되지 않는 가정용 캔맥주만 팔 수 있었다. 이마저도 복잡한 유통구조 탓에 비싸게 판매됐다.

하지만 축제 방문객들은 생맥주, 수제 맥주, 수입맥주까지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원했고, 시중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했다. 이에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은 걸림돌이었던 법 조항을 면밀히 검토, 기획재정부'국세청에 협조를 구하면서 '규제 혁신으로 지역축제를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어 여러 기관'단체의 의견을 모아 '식품위생법 시설기준 적용 특례에 관한 규칙'을 마련, 치맥축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만 명 이상이 치맥축제를 방문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요식업 트렌드 반영한 '옥외영업' 허용

대구시는 다양한 효과를 얻는 규제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옥외영업 허용이 대표적이다. 자영업 활성화로 소상공인을 돕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분위기의 여가를 제공하고, 대구 도심 경관을 확 바꿔 관광객 유인 및 도시 이미지 제고도 꾀하는 등 여러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인 셈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은 옥외영업 허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각 구'군과 꾸준히 접촉해왔다. 그러면서 '최초' 기록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장 먼저 2015년 12월 동구청과 손잡고 팔공산 일대를 옥외영업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수성구와 함께 전국 최초 '옥상영업'을 수성못에 허용했다. 같은 달 중구와 협력해 도심지로는 전국 최초로 동성로를 옥외영업구역에 포함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 달성군 냉천유원지, 올해 6월 북구 전 지역 옥외영업이 허용됐고, 올해 8월부터는 대구 대표 맛집 거리인 수성구 들안길에서 옥외(옥상 포함)영업이 가능해진다.

옥외영업 확대는 최신 요식업 트렌드를 읽어낸 세련된 시정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대학생 이연정(24'여) 씨는 "테라스(노천)와 루프톱(옥상)은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카페, 레스토랑, 술집 트렌드다. 요즘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팔 이식 수술' 성공 5개월 만에 합법 근거 마련

최근 보건복지부는 대구 의료계에 희소식을 전했다. 이식할 수 있는 신체 부위로 손과 팔, 말초혈 등을 포함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지난 2월 대구 W병원과 영남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뒤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이 관련 법규 마련에 힘써온 성과다.

대구시는 이 안건을 이달 7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규제혁신 현장토론회'에 상정했고, 곧바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수술 능력을 보유한 대구의료계가 손과 팔 등의 이식 수술을 선도할 기반을 갖춘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7천여 명의 손'팔 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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