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 지상 갤러리] 강정대구현대미술제 -전리해 작가

입력 2017-07-24 00:05:04

달성습지 버려진 시간…회화처럼 그려진 사진

전리해 작
전리해 작 '남겨진 시간, 미래의 기록'

강정대구현대미술제가 '강정, 미래의 기록'이란 주제로 지난 15일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 디아크 광장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여름 축제와도 같은 이번 미술제는 미술관의 화이트큐브가 아닌, 자연을 배경으로 열린 공간에서 작품이 전시돼 예술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미술제는 최초로 건축과 협업을 통한 실험예술작품이 전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신문은 강정미술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8월 31일까지) 매주(월요일) 한 작품씩 지상(紙上) 갤러리 코너를 마련한다.

전리해 작가의 사진은 마치 회화처럼 그려진 느낌을 닮았다. 이번 미술제를 위해 작가가 카메라로 그린 사진은 현재에 있으나 결코 현재적이지 않은 풍경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상을 화려한 기법이나 인위적인 조작 없이 담담하게 서술해왔던 전리해의 작업은 시간의 여러 층위를 넘나들며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의 기억과 경험을 기록해 왔다. 강정보 옆 달성습지를 찾은 전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습지의 원시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바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위적인 행위들과 대치돼 사진 프레임을 통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이질적인 풍경으로 소개되었다.

전 작가는 폐쇄된 습지에 남겨진 시간을 기록하고 고유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찰나의 순간, 흩어져버리고 마는 시간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했다. 달성습지는 두 강(낙동강'금호강)이 만나 빚어낸 곳으로 얕은 강물과 넓은 모래톱이 아름다웠던 야생동물들이 서식했던 공간이다. 하지만 난개발로 인해 주변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였고 이제 습지의 풍경은 과거의 장소와 시간이 되어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남겨진 시간, 미래의 기록'은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는 달성습지의 시간을 다시 우리 앞에 소환해 미래를 기록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세 가지 버전으로 전시돼 그 의미를 배가시킨다. 먼저 건축물의 내부 공간에 소형 사이즈로 구성된 3점의 습지 풍경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디아크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7m의 대형 사진을 설치해 디아크뿐 아니라 유람선을 타고 들고 나며 감상할 수 있게 양면 이미지로 연출되었다. 또한 강정보 유람선 내부에도 작품을 설치해 달성습지 주변을 배회하며 그곳의 가치를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한 작가의 행위와도 병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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