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엔터 인사이트] 스타 2세 데뷔 봇물

입력 2017-07-21 00:05:04

부모 잘 둬 수월하게 방송 활동

인지도 금방 쑥쑥 '금수저' 논란

백 없는 지망생에 위화감 조성

결국 살아남는 건 본인의 능력

한 사람의 인성과 성격 형성에서 성장기 환경이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직업관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기에 보고 들은 것들을 토대로 직업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자식이 부모의 직업과 그가 살아온 과정을 기준점으로 삼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업을 물려받으며 '패밀리 비즈니스'의 계보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의 직업이 가진 매력에 빠져 그 뒤를 따라가는 케이스도 많다. 소위 '연예인 2세'라고 불리는 이들도 그와 같은 예다. 꽤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 끼를 타고난 데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영향 아래 연예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던 이들이다. 특히나 연예인이란 직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요즘 같은 세대 지망생보다 더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니 데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인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경우도 속출한다. 부모가 가진 인지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숙명, 수월하게 데뷔했다는 이유로 '연예계 금수저'라는 선입견까지 안고 가는 경우도 많다. '연예인 2세'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하정우, '연예인 2세' 중 독보적 인물

'연예인 2세'가 데뷔해 성공적으로 업계에 안착한 사례는 1980, 90년대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1960, 70년대 황금기를 거치며 충무로 영화산업이 크게 성장한 상태였고, 컬러TV가 도입돼 방송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 역시 크게 높아진 시점이었다. 스타급 연예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고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된 덕분에 부모의 뒤를 잇는 2세들의 데뷔 사례가 나올 수 있었다.

당시 활동했던 '연예인 2세' 중 주목할 만한 인물은 역시 전영록이다. 가수-작곡가, 또 배우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배우 황해와 가수 백설희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향후 딸 전보람까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로 활동하며 '연예인 가문'의 대를 이었다.

1990년대에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인기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독고영재와 허준호도 각각 배우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 독고영재의 아버지는 1960, 70년대 충무로의 대표적인 악역 배우 독고성, 허준호의 아버지 역시 동시기에 큰 인기를 얻었던 개성파 영화배우 허장강이다. 현재 독고영재의 아들 독고준도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이 시기에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중무장하고 스타로 떠올랐던 최민수도 아버지인 배우 최무룡의 끼를 물려받은 '연예인 2세'이다. 신성일의 아들 강석현도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연예인 2세'의 데뷔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연예인들의 입지가 한층 더 좋아졌고, 그만큼 부모로서도 '재능만 있다면' 굳이 자식의 데뷔를 말릴 이유가 없었을 터. '연예인 2세'의 성공적인 업계 진입 횟수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역시 인기 가수가 된 이루, 배우 연규진의 아들 연정훈, 배우 김무생의 아들 김주혁 등이 이 시기에 연예계로 들어와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그 외에도 백윤식의 아들 백도빈, 최주봉의 아들 최규환 등이 데뷔 후 현재까지 연기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발군은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다. 하정우는 데뷔 후에도 '○○의 아들 또는 딸'이란 수식어로 불리며 독립적인 입지를 다지지 못하던 대다수 '연예인 2세'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데뷔 당시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를 확보했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김용건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빨리 떨쳐버릴 수 있었고, 이후 톱스타 반열에 올라 오히려 김용건을 '하정우의 아버지'로 불리게 했다. 그 외 견미리의 딸 이유비도 밝고 청량한 느낌의 외모로 젊은 층에 어필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가족 예능 붐과 함께 연예인 2세 데뷔 봇물

최근 수년간에 걸쳐 '연예인 2세'의 데뷔 사례는 '봇물 터지듯'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많이 증가했다. 연예인 가족들의 동반출연을 유도하고 있는 소위 '가족 예능'이 '연예인 2세'들의 데뷔를 부추겼다.

여기에서 가족 예능은 '아빠, 어디가?'나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등 가족애를 부각시키는 리얼리티 형식 또는 스튜디오 토크쇼 등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쓰도록 한다. 가족 예능은 주로 연예인과 그들의 자녀를 한 화면에 담는 것으로 가족애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고, 또 연예인 가정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이 콘셉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계의 트렌드로 떠올랐으며 '슈퍼맨이 돌아왔다'류의 육아 프로그램, '붕어빵'과 유사한 콘셉트의 스튜디오형 집단 토크쇼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10세 전후의 어리고 귀여운 자녀와 연예인들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던 방송계의 가족 예능은 이어 '아빠를 부탁해'처럼 장성한 자녀와 소통하느라 애를 먹는 연예인들을 카메라에 담는 방식으로 거듭 콘셉트를 바꿔가며 생명을 이어갔다. 그 외에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2세가 카메라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졌다. TV를 통해 얼굴을 알린 '연예인 2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고, 이들 중 정식으로 연예인이 되는 2세들의 수도 자연스레 늘었다.

연기자로 데뷔해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시은도 아버지인 가수 박남정과 함께 '붕어빵' '유자식 상팔자'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리고 곧 데뷔한 케이스다. 방송에 얼굴을 보일 때부터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았고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MC 그리'라는 이름의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은 김구라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어릴 때부터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며 인지도를 높였다. '역도요정 김복주'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자리 잡은 조혜정도 아버지 조재현과 함께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 후 정식 데뷔절차를 밟았다.

어찌 보면 연예인 집안에서 또 연예인이 나온다는 건 환경적 요인을 고려할 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부모와 함께 모습을 보인 후 인지도를 얻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들에 비해 수월하게 데뷔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모 잘 만난 덕에 카메라 앞에 설 기회를 쉽게 얻은 '연예계 금수저'라는 비판이다. 특히나 초등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 원하는 직업으로 연예인을 꼽을 정도로 세상이 변한 지금, 부모 잘 만나 상대적으로 쉽게 연예인이 된 2세들은 질투 섞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 공개된 또 한 편의 가족 예능 '둥지탈출'에는 박미선, 이종원, 박상원 등 연예인들이 자녀를 우르르 데리고 출연한다. 안정적인 시청률로 자리를 잡았지만 첫 방송 전까지도 '또 2세 연예인 만들기 작업이냐'는 선입견을 극복하느라 애먹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 2세' 중에서 직업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이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데뷔하는 케이스가 또 한 번 나오게 되면 연예인 지망생들의 박탈감이 심해지고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런데 또 바꿔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를 두고 그렇게 욕할 이유도 없다. 진입장벽 높은 연예계에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발을 들여놨다고 해서 자생력까지 갖추고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살아남는 건 본인의 능력일 뿐 부모가 도와주진 못한다.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연예인은 특히 그렇다. 어차피 하정우 같은 인물이 쉽게 나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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